지난 3월 대통령 선거 때 개표소 출입제한을 위반하고 개표업무에 항의하며 개표에 간섭한 기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기자인 A씨는 지난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선 당일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의 일반관람인석으로 마련된 취재보도석에 취재·보도요원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그러나 당일 오후 10시 20분께부터 그 다음날 0시 47분께까지 취재·보도요원에게 출입이 허용된 일반관람인석을 벗어나 개표소 안 개함부, 심사집계부, 위원석 및 위원장석까지 들어갔다.
A씨는 권한 없이 개표소까지 들어간 뒤에는 출입통제를 담당하는 개표사무원으로부터 퇴장 요구를 받았음에도 개표소 안을 돌아다니며 선관위 직원과 개표사무원의 개표업무에 항의하며 개표 중단까지 요구했다.
현행 선거법은 개표소에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직원·개표사무원·개표사무협조요원 및 개표참관인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개표에 간섭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은 개표소 출입제한 위반에 대해 기사 작성에 앞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취재활동을 하던 중 취재원에 접근하면서 벌어진 일이므로 형법 제20조에 규정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개표 간섭행위에 대해서는 당시 관내 투표함에서 관외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등 문제가 생겼고, 개표참관인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던 중 소란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취재·보도를 위해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개표 간섭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만큼,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A씨 측은 이 사건에 대해 배심원들의 의견도 듣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도 신청했다.
최근 열린 국민참여재판기일에서 배심원 7명은 모두 만장일치로 A씨가 유죄라는 의견을 냈다.
양형 의견으로는 이 중 6명이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나머지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를 제시했다.
이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 제4형사부(장유진 부장판사)는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할 선거의 공정과 투표의 평온을 해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당시 선거법상 개표참관인이 될 수 없는 거제시 지방의회 의원들이 개표참관인으로 참석했고, 개표과정에서 관외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등으로 인해 매우 어수선하던 상황에서 피고인이 선관위 측에 해명을 요구하던 중 범행을 저지르게 된 만큼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