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내년 엔·달러 환율이 170엔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은 내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7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의 전망을 소개했다. 그는 "이제 재계 인사 대다수가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170엔이 범위 안에 넉넉히 들어왔다"고 밝혔다.
일본 당국은 지난달 22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90엔까지 오르자 24년여 만에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21일 밤과 24일에도 엔·달러 환율이 치솟자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른바 `복면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당국은 지난 2개월간 외환시장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총 570억달러(약 81조9천억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카키바라는 당국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하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며, 당국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제로 일본의 한 외환투자 사이트에서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68%로 지난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엔화의 추가 약세가 예상되는데도 일본은행은 여전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로 인한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과 그에 따른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또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국채 금리의 상승에 따른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사카키바라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에 끝나면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만약 일본 경제가 과열되면 내년 말 통화 긴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엔화는 26일 오후 현재 달러당 147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