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중국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1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42% 내려간 7.2279위안으로 마감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역내 위안화 환율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10시 44분 현재 달러당 7.2437위안으로 더 치솟았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전장 대비 0.7% 떨어진 7.2744위안까지 올랐다. 역외 위안화 거래가 시작된 201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달러화 강세 외에도 미 국채 금리 상승을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꼽았다.
각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통제가 쉽지 않다는 관측 속에, 이날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56%로 올랐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4% 선을 넘어 4.13%까지 치솟았다.
또 최근 중국 기업들의 주가 약세에 따른 투자심리 약화가 위안화 환율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7.1%나 급락, 종가 기준으로 2013년 7월 이후 9년여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을 공식화할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코로나19 확산과 중국 경기침체 우려 고조 등이 이 지수를 끌어내렸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18일 수도 베이징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4개월 사이 최고로 늘면서 이동 제한 등 추가 규제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SPI애셋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는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약세는 언제나 우려스러운 전조"라고 평가했다.
위안화뿐만 아니라 일본 엔화 가치도 하락세가 심해졌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9.90엔대에서 움직였고, 이날 같은 시간 기준 149.91엔을 나타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49.90엔을 넘어선 것은 `거품(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이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달러화 강세 속에 아시아 양대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1997년과 비슷한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필리핀 페소화와 더불어 한국 원화가 아시아 각국 통화 중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20일 9.2원 오른 1,435.4원으로 개장해 같은 시간 기준 달러당 1,435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