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삼림 감소로 인해 주로 나무 위에서 서식하던 원숭이 등 영장류가 생존을 위해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연맹(SDZWA) 소속 티머시 에플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와 숲 감소로 나무 위에서 서식하는 영장류가 이전보다 더 자주 땅으로 내려온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메리카 대륙 48곳과 마다가스카르 20곳 등 총 68개 지역에서 원숭이 32종과 여우원숭이 15종을 15만 시간 이상 관찰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고, 나뭇가지 등으로 우거진 면적이 적은 숲에 사는 원숭이들이 체온조절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일을 적게 섭취하고, 큰 무리를 이뤄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일수록 땅으로 더 자주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를 일종의 `전적응`(preadaptation)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적응이란, 이전에는 중요하지 않은 성질이 추후에 어떠한 원인으로 발현해 특정 생물 종의 생활 양식에 부득이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이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 같은 전적응은 원숭이들이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할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와 산림 황폐화로 숲 면적이 감소한 상황에서 지상에서 과일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고 무리 생활을 통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원숭이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것과는 별개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적 요인 자체는 원숭이를 포함한 영장류를 생존 위험으로 내몬다고 경고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주세페 도나티 옥스퍼드브룩스대 교수는 "이와 같은 생태학적 조건과 종의 특성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을 포함해 나무 위에서 살아온 영장류의 진화적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삼림 벌채와 기후변화 속도는 대부분의 영장류 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