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떨어졌다.
다만 최근 이어지는 고환율 현상이 수입물가를 더 밀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강조한 `10월 물가정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진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8월(4.3)보다 0.1%포인트 내린 4.2%로 집계됐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8월(4.3%)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웃돈다. 지수가 8월보다 낮아진 것은 1개월 사이 금리 상승 전망의 비중이 다소 줄었다는 뜻이다.
이같은 기대인플레 하락세는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월평균 두바이유 기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부터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해 5개월 연속 배럴당 100달러선을 크게 웃돌다 지난달앤 90달러대로 떨어졌다.
기대인플레이션가 두달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부 예상대로 10월에 물가가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강달러 현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물가 정점이 10월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26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2원 급등한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30원을 넘은 건 2009년 3월17일(고가 1436원) 이후 13년6개월여 만이다
강달러,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재로는 물가 정점을 10월로 보고 있는데 유가가 빨리 떨어진 반면 환율이 절하됨으로써 그 효과가 상쇄돼서 정점은 바뀔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고환율에 따른 원가상승을 반영해 식품업계에서 줄줄이 가공식품 인상이 예고되고 있고 다음달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어 고물가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체감한 물가 상승률인 `물가 인식`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달과 같은 5.1%였다.
금리가 치솟고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크게 늘었다.
주택가격전망지수(67)는 전달보다 9포인트나 급락해 8월(76)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뒤 집값 하락을 점치는 소비자의 비중이 크게 늘었단 얘기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 확대,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1.4로 8월(88.8)보다 2.6포인트 올랐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황 팀장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에 대해 "주요국 통화긴축,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고용과 대면 서비스 소비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세도 다소 둔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