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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 좋을 때 오히려 더 성장"…삼성 반도체의 심장을 가다 [르포]

경계현 사장 "삼성 만의 속도로 꾸준히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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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장이 안 좋을 때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기자들 앞에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깜짝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내년까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캐파를 늘리고 있다. 평택캠퍼스 3라인이 지난 7월 본격 가동된 데 이어 4라인 착공도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빨라지는 반도체 사이클 속에서 꾸준한 투자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경 사장의 소신을 드러낸 셈이다. 높은 기술력과 그에 걸맞은 생산 능력이 향후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이란 의미다.

경 사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반도체 사이클 변화가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경 사장은 "이전엔 호황기에 많이 투자하고 불황기에는 적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반도체 리사이클이 빨라지면서, 시장의 변화에 의존하는 투자보다 꾸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우리만의 속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큰 고객을 확보하고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캐파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평판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며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메모리와 달리 회사가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면 물량을 주문한 회사는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를 강조하면서 "호텔사업이 건물을 지어놓고 장사하는 것처럼 파운드리도 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큰 캐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높은 기술력과 생산능력 모두 잡겠다는 삼성전자의 기조는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평택캠퍼스 첫 번째 생산라인(P1) 안. D램 생산이 한창인 클린룸 앞에서 삼성전자 직원은 "웨이퍼가 한 번 투입되면 8단계 공정을 400번 거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평균 수율(합격품 비율)은 93~94% 수준을 유지하는데, 이를 위해 아주 작은 오차도 있어선 안 되죠"라고 말했다. 반도체 특성상 아주 작은 먼지만으로도 반도체 품질 불량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공장 내부는 청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P1의 클린룸은 클래스 1000등급으로, 1세제곱평방미터에 포함된 입경 0.5마이크론 이상의 미립자가 1,000개 이하라는 의미다. 일반 대기상태에선 미립자가 300만 개 정도다.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클린룸 진입 시 반드시 방진복을 착용해야 하며, 화장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압력 차이를 이용해 바닥의 구멍으로 끊임없이 먼지를 빨아들인다.

방진복을 착용하고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면 2~3m 정도 머리 위에 분당 300미터 속도로 움직이는 OHT(Over Head Transport)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이 기기는 웨이퍼를 운반하는데, OHT 하나당 24장의 웨이퍼가 운반된다. P1 공장에 총 1,500개의 OHT가 운영되고 있고 100퍼센트 자동화 시스템이다. 엄격한 방진 시스템을 갖춘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P1 외에도 P2, P3 총 3개가 운영되고 있다. 1라인은 D램과 낸드, 2·3라인에선 D램과 낸드, 파운드리를 생산 혹은 생산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평택캠퍼스 방문 당시 사인한 3나노 웨이퍼
특히 2020년 말부터 기초공사에 들어간 평택 3라인에 지난 7월부터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 투입을 시작했다.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캠퍼스 3라인이 본격 가동된 것이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시 가장 먼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이유도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협력 강화 차원이다. 평택 3라인을 건설하는데 들어간 철근의 양이 에펠탑 29개를 만드는데 들어간 것과 맞먹는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오른 이후 20년 동안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만큼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평택 3라인의 낸드플래시 양산을 통해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춰 평택 3라인에 EUV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평택 3라인 가동에 더해 삼성전자는 4라인 착공 역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미래 반도체 수요에 적기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평택 4라인의 구체적인 착공 시기와 적용 제품이 정해지지 않았다. 평택캠퍼스는 총 면적이 87만 평에 이르는 대형 단지로 기흥캠퍼스(44만 평)와 화성캠퍼스(48만 평)의 면적을 합친 수준이다. 현재 가동 중인 3개 라인 외에 추가로 3개의 대형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 삼성은 향후 총 6기 라인까지 반도체 생산시설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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