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알코올이 섞여도 두가지 성분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한국 검찰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화학실은 최근 개발한 `코카인·알코올 대사체 동시분석법`을 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리는 마약·독성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국제법독성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코카인은 통상적으로 코의 점막을 통해 흡입하는 마약이지만 마약 남용자 상당수가 환각의 상승효과를 위해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에서 남용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코카인을 몰래 탄 술을 마셔 마약에 노출되거나 성범죄를 당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새 분석 기법은 모발 시료를 통해 알코올과 코카인 복용 사실을 모두 확인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코카인만 검출할 수 있었지만 새 기법을 통해 알코올 성분도 분석이 가능해져 마약 피의자의 범행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거나 혹시 있을지 모를 마약 노출 피해자를 가려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법화학실은 마약 복용 혐의자의 마약 투약 여부나 압수물 속 마약 성분 등을 감정하고, 마약류 외에도 각종 약물·유해물질의 분석과 성 충동 약물 치료 집행 확인 검사 등을 하는 부서다. 검찰과 경찰의 마약 사건 수사에서 감정 지원을 하면서 관련 기술 역시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마약류 등 분석 기법 분야에서 보유한 특허는 22건에 달한다.
지난해 5월에는 살인이나 성범죄 같은 강력 범죄에 악용돼온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극미량의 모발 감정으로 검출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력 국제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싣기도 했다. 이전까지 졸피뎀은 소변 분석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복용 후 며칠이 지나면 검출이 어려웠지만, 새 분석 방법은 검출 가능 기간을 수개월로 넓혔다.
대검 관계자는 "대검 과학수사부가 세계적인 수준의 법화학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마약 감정 분야 기술을 선도하며 효율적인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