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1등만 피하자!"지난 달 금융권은 `이것` 때문에 굉장히 시끌했습니다. 은행들이 얼마나 이자 장사를 잘(?) 했는 지 나타내는 `예대금리차`가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예대금리차 첫 공시가 시작되자 은행들은 너도나도 예금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1등`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예대금리차 공개가 금융권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 `대출금리-예금금리=예대금리차`먼저, 은행권에서 말하는 예대금리차는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예대금리차란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로,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을 의미합니다. 예대마진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취이자에서 은행에게 지급되는 지급이자를 뺀 것으로 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원천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대금리차를 왜 공개하도록 했을까요? 일반적으로 은행은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면서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린다는 비판을 받아왔죠. 예대금리차가 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원천이 되는 만큼 이 차이가 커야 은행들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예금금리가 더 높고 대출금리가 낮아야 더 유리할 수 있겠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일 수 있도록 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연스럽게 은행들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제동을 건 셈이죠.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월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평균 기준과 가계대출 기준이 모두 공시되며, 특히 신용저수 구간별로도 공시해 소비자들이 금리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헀습니다.
◆ 수치 공개되자…분주하게 움직이는 은행들이 같은 정책에 따라 실제 지난 달부터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됐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말 기준 대출평균 예대금리차는 1.21%, 인터넷은행은 3.48%로 나타났습니다.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5대 은행의 경우 1.37%, 인터넷은행 3.46%였습니다.
개별 은행의 예대금리차 역시 공시됐는데, 이 차이가 클수록 은행들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이자장사`를 많이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은행들이 `1등`을 피하려 했던 이유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컸던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평균 대출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각 은행별 세부적인 예대금리차가 공개되자, 금리인상기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이자장사하는 은행`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니다. 실제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대출금리는 내리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달에도 8월 신규 대출취급에 따른 공시가 예고된 만큼,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 `소비자 알권리냐, 금융사 줄세우기냐`예대금리차 공개에 이어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까지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대출을 받은 차주의 연봉이 오르는 등 신용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생겼을 때,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어떤 금융사가 가장 금리인하를 해주지 않았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생긴 셈이죠.
소비자들은 은행들의 금리 운용 현황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선택권이 높아졌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경쟁을 통해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순기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죠. 하지만 금융사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일명 `줄 세우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자체 조달 비용에 따라 운용방식이 조금씩 다른 만큼 예대금리차를 일률적으로 정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를 은행에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저축은행업계에는 벌써 전운이 감돕니다. 은행과 달리 지방에 소재한 중소형 저축은행들도 상당한 만큼 예대금리차가 공개되면 대형사로의 쏠림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소비자의 알권리와 금융사들의 수익성 사이에 놓인 공시제도, 금융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슬기로운 TIP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금융사들의 금리 이야기.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평균 대출금리와 실제 적용되는 금리간 괴리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은행 창구에 방문한 뒤 내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금리를 확인하거나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한 대출상품의 금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은행 방문 전 보다 명확한 평균 금리를 확인하고 싶다면 협회의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하면 됩니다. 각 금융협회들은 홈페이지 공시란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금리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예적금금리는 물론 대출금리와 수수료 정보 등 최근까지 소비자들이 적용받은 금리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예대금리차의 경우에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접속, 금리·수수료 비교공시 페이지에 방문해 원하는 은행을 조회하면 대출금리와 기업대출금리, 가계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를 월별로 각각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난 달 적용된 금리가 금융사별로 취합돼 공시되는 만큼 기준월은 현재와 1~2개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