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수급난에 대처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폐쇄 계획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중도 및 우익 성향의 스위스 연방의회 의원 5명이 주축이 돼 결성된 단체인 `정전을 막자(Stop Blackouts)`에 따르면 이 단체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30일부터 원전 폐쇄 철회를 위한 국민 서명을 접수한다.
스위스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현재 보유 중인 원전 5개를 폐쇄하기로 2017년 결정한 바 있다. 이미 원전 1개는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정전을 막자`는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으로 이 같은 원전 폐쇄 방침을 무효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청원을 시작한 이후로 18개월 이내에 10만명의 서명이 모이면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 여부를 결정할 조건을 갖추게 된다.
스위스는 신재생에너지 운용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급등한 가스는 스위스 전체 에너지 소비의 5% 정도에 그치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에는 가스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스위스 연방정부는 예상한다.
연방정부는 유럽연합(EU)처럼 소비 억제 방침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산업계와 가정까지 가스 소비량을 자발적으로 15% 감축하자는 것이다. `정전을 막자`는 소비 억제로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방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 각국이 에너지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탈원전 정책에서 유턴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낸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독일은 당초 올해 말까지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남아 가동 중인 원전 3기의 수명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정치권의 토론이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2028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들을 폐쇄할 예정이지만, 현지 원전 운영사인 EDF 에너지는 자사가 소유한 원자로의 가동 연한을 20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벨기에도 2025년 중단 예정인 원전 2기의 가동을 2036년까지 연장하려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