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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값 들며 가격 올린 농심..."기업 경영 효율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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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심이 다음달 15일부터 라면 가격을 또 올리기로 했습니다.

원재료 가격과 환율이 너무 올라서 국내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고 이 때문에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인데요.

일각에선 구매혁신 노력없이 원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한 내용 유오성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라면은 소비자물가 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품목이라 가격 올리기가 사실 쉽지는 않은데, 1년만에 또 올리기로 했어요.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는 거죠?

[기자]
네 농심은 라면 값을 평균 11.3% 올리기로 했는데, 원재료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통상 식품회사들은 원재료를 3~6개월치를 미리 보유하는데, 올해 상반기 라면 주 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은 41%, 40% 가량 올랐습니다. 그 만큼 원가부담이 높아졌다는 거죠.

또 올해 초만 하더라도 1달러에 1,100원대 후반이던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중반대까지 올라 달러로 결제하는 밀이나 팜유를 그 만큼 더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농심은 올해 2분기에 국내 사업에서 24년만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적자까지 냈으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회사측 입장도 일리가 있어 보이는데, 소비자들은 불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요?

[기자]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국민 간식이라는 라면의 특수성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수 밖에 없고, 또 고물가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라면 너마저 가격을 올려야 하느냐는 여론이 많습니다.
들어보시죠.

[김경자 / 서울 서대문구 : 이번에 밀가루 수입이 안된다 그래서 왕창 올린 거로 알고 있는데… 근데 또 올린대요? 어머 말도 안 돼. 나 그래서 잔뜩 사 놨는데. 또 올린다는 게 말이 돼? 너무 많이 올랐더라고요.]

[이지영 / 서울 성북구 : 당연히 부담이 느껴지죠. 라면은 주식은 아니지만, 최애 간식이니까..안 올리면 좋겠는데. 지금 물가로 봐서는 또 올릴 것 같아요. 농심이 올리면 다른데도 다 올리잖아요. ]

특히 농심이 2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국내사업에서 적자를 30억원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해외사업까지 포함하면 43억원 오히려 흑자를 냈거든요. 그러다보니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고 적자를 일부러 강조한 것 아니냐는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최근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연말로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으니까, 원재료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라면값이 따라 내려가겠느냐는 불신도 있어보입니다.

[앵커]
그러고보니, 라면 가격을 내린다는 발표를 본 기억은 가물가물하긴 합니다.


[기자]
농심이 가격을 내린 적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12년 전인 2010년에 한차례 가격 인하를 했는데요. 2008년에 650원에서 750원으로 100원 올렸던 것을 2년만에 730원으로 20원 내렸습니다.

올릴땐 100원씩 큰 폭으로 올리고 내릴땐 20원 찔끔 내린거니까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농심은 1년 뒤에 바로 가격을 다시 올렸습니다.

특히 2015년의 경우엔 2014년보다 밀가루 가격이 20%나 떨어졌음에도, 가격은 요지부동이었고, 오히려 이듬해인 2016년에 판관비와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다시 라면 가격을 인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혁신 노력없이 원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하긴 라면 3사 중에서는 농심만 가격을 올리고 다른 회사는 아직 인상 계획을 내놓지 않았죠?

[기자]

네. 관련해서 경영지표를 좀 보면서 설명을 드릴께요.

라면3사라고 하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인데요. 원재료가격, 환율 등 악재는 모두 같은 처지였을 텐데, 같은 기간 경쟁사 실적은 나쁘지 않았거든요. 오뚜기는 영업이익이 32% 올랐고, 삼양은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농심은 라면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로 매출 집중도가 크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요. 오뚜기 같은 경우 라면 매출 비중이 30%이긴 하지만 삼양은 95%로 더 높거든요. 때문에 이런 설명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또 구매혁신 노력에 의문이 생기는 또 다른 지표도 있는데요. 바로 매출원가율입니다. 말그대로 전체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요. 업계에선 원자재난 상황에서 공급망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하는데요.

좀 보면 경쟁사인 삼양과 오뚜기는 각각 2%p, 1%p 내린 반면 농심은 1.6%p 오히려 올랐습니다. 원재료난 등으로 매출원가율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유독 농심만 올랐다는 것은 단순히 원재료 가격이나 환율 상승 등 대외적인 탓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그러다보니 업계에서는 농심의 구매 실장이 20대 오너 3세, 신상열 상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앵커]
구매 담당 임원 나이가 20대에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 상무는 2019년에 농심에 입사해 지난해 말 3년만에 구매실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입니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원자재 난 속에 모든 기업의 구매부서가 어느때보다 중요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업계를 취재해보면 백전노장도 버티기 힘든 구매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농심은 20대 오너 3세가 구매 전반을 총괄한 셈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미흡함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것이고요.

전문가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즉각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경영혁신과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제품 개발 노력 등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 기업이라는 건 혁신을 통해서 비용도 낮추고, 가격도 저렴하게 공급하고 이런게 잘 나가는 기업이 할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매출 원가가 다른데에 비해서 높다라는 이야기는 결국 구매 부분에 있어서 효율이나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다는 것이고, 이걸 소비자 상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경우 소비자 선택은 점점 더 멀어질 수 있다...]

[앵커]

라면 가격 올리는데 고심이 많았을텐데, 가격 인상 필요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됐는지는 되짚어 볼 대목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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