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당국의 첫 규제혁신안이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첫 금융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강조했던 부분이 "금융 BTS를 만들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개혁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오늘 금융위원회의 2차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열렸는데, 어떤 내용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안건은 크게 두 개,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과 `금융규제 샌드박스 내실화 방안`입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인데, 최근 직접 금융사를 찾지 않고 온라인이나 비대면으로 금융업무를 보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금융서비스도 다양한 비교와 선택이 가능하도록 플랫폼화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플랫폼 금융서비스를 또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면 먼저 금융사들이 부수업무나 자회사 형태로 플랫폼업을 할 수 있도록 열어줬습니다. 보험의 경우 헬스케어, 카드사의 경우 생활밀착 금융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논쟁이 많았던 부분인데 바로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서비스 허용입니다. 금융사뿐만 아니라 기존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빅테크업체들도 예적금이나 보험 등 금융상품 중개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앵커>
기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업 라이선스가 있어야만 중개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카카오페이가 보험상품 비교 추천서비스를 운영했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금소법에 따라 보험판매 중개행위로 보고, 보험업 라이선스가 없으니 중개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라고 말하는데요. 이를 적용해서 마이데이터사업자나 전자금융업자들에게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에서 보험상품을 검색할 수 있고 비교까지 가능해지는 형태입니다.
<앵커>
빅테크사들의 규제가 다시 완화되면, 기존 금융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이미 이런 규제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대리점협회와 설계사들은 `빅테크의 보험대리점 진입을 결사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혁신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빅테크들에게 보험대리점업이 허용되면 기존 대면채널인 설계사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하나는 바로 빅테크 종속 문제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하루 이용자수가 무려 8,000만명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에 금융상품까지 얹어지면 대부분 이 채널을 이용하게 되는 만큼 기존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사 역할밖에 하지 못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앵커>
저 같아도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간편하게 금융상품을 비교해볼 것 같은데요. 소비자 입장에선 더 편리해지는 것 아닙니까?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정보의 다양성이라고 하죠. 소비자들은 더 간편하고 쉽게 다양한 금융상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사들은 이미 우월적 지위에 있는 빅테크들이 금융상품 비교와 판매까지 하게 되면 소위 말해 `갑질`을 할 수 있다, 이런 우려도 하고 있고요. 추후 서비스 이용료를 과도하게 무는, 즉 수수료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오랜기간 금융사와 빅테크간 경쟁이 이어져 왔는데, 표면적으론 경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빅테크 플랫폼 없이는 온라인사업을 확장하기가 어려운 환경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다보니 시중은행들이 오히려 빅테크와 손을 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전북은행은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해 소상공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출 상품을 내놓기도 했고, 삼성카드의 경우 카카오페이와 함께 기획한 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미 카카오톡 선물하기 채널에도 보험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처럼, 종속되고 싶지 않아도 사실상 함께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플랫폼의 독점 가능성이 커지는 것인데,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없습니까?
<기자>
금융당국도 이런 우려에 따라 플랫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보험중개의 경우 온라인 전용 상품뿐만 아니라 대면용, 텔레마케팅용 상품까지 모두 취급 가능하도록 허용됐는데, 대신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외화보험 등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또 플랫폼이 보험소비자 피해 발생시 즉각적으로 배상할 수 있도록 영업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하고 최저한도도 설정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이 우려할 수 있는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서도 상한 한도를 두고, 보험사 홈페이지로 직접 가입할 때 보험료가 더 저렴할 경우 이 부분을 안내하도록 했습니다. 또 시장영향력이 큰 대형플랫폼에 한해서는 방카슈랑스 25%룰이라고 하죠, 특정 한 곳의 모집비중을 2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 등을 참고해 특정사 편중을 막기로 했습니다. 계열 보험사에 일감몰아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겁니다.
<앵커>
그럼에도 이번 규제 완화로 금융시장 판도가 많이 바뀔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융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보험업의 경우 앞서 언급한 빅테크 종속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상한선을 두더라도 일부 추가적인 수수료가 비용으로 플랫폼기업에 지불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만약 이런 현상이 기존 영업채널의 위축으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보험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날 플랫폼 중개업 외에도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나 카드사의 생활밀착플랫폼 등에 대한 진입도 허용해줬습니다. 사실상 본업뿐만 아니라 금융사들의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인데요. 이런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 해나가는 것이 기존 금융사들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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