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권력 서열 3위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에 도착하면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가 당분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당장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서는 분위기네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 대만을 둘러싼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일단 타깃은 대만입니다. 중국은 어젯밤부터 대만을 둘러싼 바다와 하늘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수준이죠.
또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도 단행했습니다. 오늘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했고, 대만산 감귤, 갈치, 전갱이의 수입도 막았습니다. 1일에는 대만 음료회사와 과자회사의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죠.
미국에 대한 중국 기업 차원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북미 투자 계획 발표를 보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포기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의 보복이 대만을 향하는 것은 미국과의 전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앵커>
미-중 갈등이 군사적인 긴장감까지 고조시키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미-중 두 나라의 내부 상황,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치적인 입장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만 해도 펠로시의 의장의 대만 방문은 반대했거든요. 하지만 중국 군사력을 동원해 반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중국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이 중국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도 나오거든요. 강경한 태도를 보일 필요도 있었겠죠.
반대 쪽에 서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대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언젠가는 통일해야 할 중국의 영토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일단 말로는 지지해 왔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통령은 아니지만 미국 권력서열 3위의 하원의장이 군용기까지 타고 방문한 것이 대만을 하나의 나라로 인정하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대만에 최신 무기를 팔고, 반도체 동맹인 `칩4 동맹`에 끌어들이는 것까지 맞물려 중국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이 시작될 가을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중국의 입장이 더욱 강경한 대응을 만들고 있습니다.
<앵커>
미-중 갈등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결국 `반도체`로 불똥이 튈 수 밖에 없습니다. 갈등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만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교두보이고,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거든요.
그 중심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있습니다.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서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죠.
미국의 행정부 수장인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처럼, 입법부의 수장인 펠로시 의장이 TSMC를 방문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른바 `칩4 동맹`이라고 불리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이 구체화 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구체적인 입장과 행동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더욱 더 쉽지 않은 선택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미국이 `칩4 동맹`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8월말까지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앵커>
미국과 중국 사이 중간에 끼인 상황인데, 우리 기업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결국 미국 편에 서게 되는 건가요?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시장인 중국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미국에도 반도체 투자를 추진 중인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은 아주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칩4 동맹` 참여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반도체법을 통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난감한 상황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미국을 옮길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어 10년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우리나라보다 약 30%, 중국보다는 50%나 많이듭니다.
땅값과 세금을 대폭 깎아주기는 하지만, 인건비나 전기요금, 수도료 등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 정도 가격 경쟁력으로는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는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반도체 제조를 위한 파운드리와 연구개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를 막기 위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죠.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메모리 생산라인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한국 반도체의 경쟁자인 중국의 성장을 미국이 막아준 만큼, 그만한 댓가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미-중 간의 갈등이 결국 양쪽 모두 피해를 보는 치킨게임으로 가는 건가요?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단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은요.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이 워낙 깊고, 미-중 두 나라가 미래 패권을 둘러썬 체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둘 다 피를 볼 것이란 관측이죠.
하지만 미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만 깨지 않는다면 확전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잔잔한 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시진핑 주석을 10월 공산당 대회라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앞둔 만큼 불확실성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또 다른 공급망 차질을 만들 경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특히 장기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이 당 대회라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경제가 흔들리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오늘 저녁 대만을 떠나 곧바로 우리나라로 향할 예정인데, 전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 번 한반도로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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