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지난 열흘 동안 진행한 국민제안 대국민 온라인 톱10 투표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온라인상에서 조회수나 투표수 등을 조작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이른바 `어뷰징(abusing)`이 대량으로 발생해서다.
대통령실은 오늘(1일) "지난 열흘 동안 진행한 국민제안 대국민 온라인 톱10 투표에서 많은 시민이 호응해주셨지만, 방해 세력에 의한 `어뷰징` 사태가 있었다"며 "당초 우수 제안을 3건 선정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는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투표에서 가장 많이 호응을 얻은 제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투표 진행 과정에서 해외 IP(인터넷상에서의 해당 컴퓨터 주고)에 의한 다수의 어뷰징 사례가 나타나 `톱3` 제안을 선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달(7월) 21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동안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민원·제안·청원 1만2천여 건 가운데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10개를 선정해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이 가운데 호응을 많이 얻은 3개를 추려 국정에 반영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무른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날 "어뷰징을 통해 우리가 하려는 제안 제도를 방해하려는 게 아닌가 느낌을 받았다"며 "변별력 있는 온라인 투표를 하는 것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킹·보안 문제는 아니고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복 투표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예상됐음에도 대응책 마련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비실명제에 따라 당연히 예상된 결과로 참여한 국민들께 사과의 뜻이 없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회적으로 들어오는 부분이 그렇게 극렬할지는 몰랐다"며 "우수 제안 10건에 대해서는 모두 대통령 시계를 드려 수상했다"고 답했다.
결국 57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살리기를 명분으로 시작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실효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 매출이 커지면서 소비자 선택권만 침해하고 불편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들은 물론 유통업계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자 구매 행태가 변하고 있다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