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채용은 공개 채용 제도가 아니고 비공개 채용 제도, 소위 말하는 엽관제"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20일 대통령실 인적 구성을 둘러싼 `사적 채용` 논란을 해명하면서 한 말입니다.
법률용어사전에서 `엽관제`를 찾아보면 `공무원의 임면 및 승진을 당파적 정실에 의하여 행하는 정치관습에서 나온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한국이 직원공무원제도를 채택하는 이유에 대해 `공무원이 집권세력의 논공행상의 제물이 되는 엽관제도(獵官制度)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고(헌법재판소 1989. 12. 18. 89헌마32, 33 전원재판부)`라고 기술할 정도입니다.
언론에서도 엽관제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 문제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사적 채용`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시민사회수석이 해명을 위해 사용할만한 단어는 아닌 겁니다.
대통령실 인사가 자칫 능력보다 대선 캠프 참여에 따른 `포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실 근무 인력, 특히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별정직 공무원의 경우 `공개 채용`의 반대인 `비공개 채용`으로 이뤄집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한 사람들이 대거 들어가게 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국회의원 시절 함께 일했던 이른바 `국회 의원회관 325호` 멤버들, 윤건영·김재준 보좌관을 비롯해 당 대표 시절 유송화·한정우 부대변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으로 근무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적 채용 논란의 핵심은 공개 채용이냐, 비공개 채용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공개 채용이라지만 검증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가, 다시 말해 능력이 아닌 사적 인연만으로 대통령실에 채용했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1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능력을 충분히 검증했다는 해명입니다.
대통령실 근무를 경험한 홍보 전문가들은 "당·정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 관리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진단합니다.
불(?)을 꺼야 할 때 소방관 역할을 해야 할 참모·여당이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이 해명 과정에서 논란을 자초한 "7급도 아닌 9급" 등의 발언을 한 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여당과 대통령실 내부에서 메시지 관리 강화를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성동 대표가 빠르게 사과하고, 최영범 홍보수석이 지난 17일 윤 대통령 취임 후 현안에 대해 첫 브리핑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정례 브리핑은 홍보수석 산하 대변인단이 맡아왔습니다.
과거 청와대 출입기자 등 정치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최 수석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수시로 브리핑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은 현재 공석인 홍보기획비서관 물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이른바 `기획조정실`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인 만큼 언론인 출신보다는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잘 이해하는 정치권 등에서 적임자를 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이었다면 다소 실수가 있더라도 진정성만 보여준다면 `아마추어` 행보는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대중이 원하는 것은 `프로`다움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