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각국의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8.8을 기록해 전월(8.4)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의 경제고통지수 9.0 기록에 가까운 수준이다.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뛰어올라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3∼5월까지 2.7%를 유지하다가 지난달에는 2.8%로 근소하게 올라갔다.
한국은행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조만간 경제고통지수가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기록 9.0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4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의 물가 상승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5월 기준 12.2이다. 미국의 5월 CPI는 8.6% 급등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6월 일시적으로 13.4까지 치솟은 뒤 내려왔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가파르게 상승해 이제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경제고통지수가 사상 최고로 치솟았을 때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었던 1980년 6월의 22.00이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져있던 일본의 경제고통지수도 5.1로 상승했다. 2021년 평균인 2.6의 거의 두배 수준으로, 이 수치가 5.0을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7년여 만이다.
유럽연합(EU)도 경제고통지수가 14.9로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 11월의 14.2를 뛰어넘었다.
경제 위기에 봉착한 스리랑카는 59.20, 파키스탄은 27.23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터키는 무려 89.92를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