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넘으며 황제주로 불렸던 LG생활건강의 주가가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이 단순히 코로나19로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는 것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 약화 등 내부적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입니다.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1분기 `어닝 쇼크`는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부진했기 때문인 거죠?
<기자>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데요.
지난 1분기 화장품 부문 실적을 보면 매출은 6,996억 원, 영업이익은 69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각각 1년 전과 비교해 40%, 73% 감소한 수치인데요.
이에 대해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주력 시장인 중국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설명을 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로 인한 통관 지연과 이동 제한, 여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대규모 봉쇄로 사실상 중국에서 장사를 못했다는 거죠.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뿐 아니라 다른 요인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 상황이 어려웠다, 이건 모두가 납득하실 것 같습니다. 다른 건 어떤 요인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LG생활건강 화장품 매출의 66%는 `후`라는 브랜드에서 나옵니다.
실적을 좌우하는 간판 브랜드인거죠.
그런데 이 후 브랜드의 1분기 매출을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의 봉쇄 영향 등 대외적인 요인때문이었으면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타격을 입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분석이 나오는 거고요.
특히 후 브랜드 매출은 최근엔 3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습니다.
지난 2017년 사드 사태때도 2분기를 제외하곤 모두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할 때 후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코로나 회복 국면에서 사드 때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니까요.
이런 점들 때문에 중국에서 후의 브랜드 파워가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전자상거래 채널에서 후 브랜드의 판매 단가도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앵커>
후의 브랜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건데, LG생활건강이 전략적으로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고마진 면세 채널과 백화점 등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에 안주하면서 중국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동제한과 봉쇄로 오프라인과 면세 채널 소비가 사실상 불가능했는데요.
이 상황에서 온라인 채널 대응을 못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더불어 방역 지침으로 중국 소비가 상당히 위축됐는데, 초고가 라인 위주인 후에만 의존한 단일 브랜드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실적이 부진했습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했고, 채널별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며 실적을 방어했거든요.
때문에 LG생건이 그동안의 성공에 안주한 나머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단 지적입니다.
<앵커>
지금이라도 대응을 해야할 텐데요. 실적 방어를 위한 대책을 짜고 있겠죠?
<기자>
우선, 중국 시장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강화와 함께 후에만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오휘와 CNP, 숨 등으로 다변화한다는 계획입니다.
나아가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최대 뷰티 시장인 북미 시장 진출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 LG생건은 유통 인프라가 강점인 미국 화장품 기업 `뉴 에이본`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주력 브랜드 후는 궁중 컨셉과 패키지, 향 등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만큼 미국 시장에서 밀고 나가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대중적인 브랜드인 피지오겔, 보인카, 더크렘샵 등을 인수해 북미 시장을 넓혀간다는 전략입니다.
<앵커>
중국의 실수는 바로 잡고, 새로운 시장으로 미국을 공략한단 계획이군요.
LG생건에 대한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증권가에선 LG생건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일제히 낮추고 있습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1조 원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나오는데요.
주력제품인 후 브랜드 파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중국 시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상하이 등 중국 현지에서 생산과 유통을 재개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요.
일각에선 길게는 올해 10월까지 봉쇄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앵커>
차석용 부회장은 올해 초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영토 확장 등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죠.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단 분석입니다.
북미 시장 진출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비중은 8%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수한 브랜드들 역시 규모가 작아서, 단기간에 가시화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17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을 성장시킨 이른바 차석용의 매직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중국 상황과 함께 북미 성과도 조금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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