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고통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예일대 경영대학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의 1천개의 외국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16일에는 러시아의 개방과 시장경제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맥도날드가 러시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에브게니야 마르셰바(33)씨는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는 `자라`나 `마더케어` 등 많은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싸거나 비싼 러시아 제품만 고를 수 있다"며 "소련 시대에는 제한된 상품만 고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들었지만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지 생각지 못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은 산업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러시아 제4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인쇄회사를 운영하는 블라디미르 쿠쿠슈킨씨는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됐으며 잉크와 종이 가격 상승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막히면서 사업 홍보도 어렵다"며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답답해했다.
마리아 샤기나 핀란드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예컨대 러시아 내 빵집의 90%는 유럽산 설비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기술 제품이나 반도체 등을 대체하기는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을 1980년대로 되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방으로부터 수입할 수 없는 탓에 신차들은 더는 에어백을 부착할 의무가 없다.
러시아 상원 헌법위원회 위원장 안드레이 클리샤스는 최근 수입 대체 프로그램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제재의 영향은 각종 경제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전년 대비 8∼12%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이 경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종종 사용하는 지표인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4월 약 80% 감소했다. 이는 감소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8~23%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일부 모스크바 시민들은 문화적 고립도 우려한다.
디즈니나 소니 등 서방 영화사들이 러시아 내 신작 개봉을 중단하면서 모스크바 내 영화관들은 예전 할리우드 영화를 재상영하거나 중국 액션 영화를 틀고 있다.
모스크바 중심부의 한 유명 극장 매니저는 2013년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재상영 중이라며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영화를 5번째 보기 위해 극장에 오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올가을까지도 문을 닫지 않는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램에서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는 카티아 페도로바는 "나에게는 문화적 고립이 경제적 고립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