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비자물가가 7년여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소비자의 주머니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본 총무성이 20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4월보다 2.1%(신선식품 제외) 상승했다.
이는 2015년 3월(2.2%)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당시에는 소비세율 인상 때문에 지수 상승률이 높았다.
2014년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되는 바람에 다음 해 3월까지 12개월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대를 기록했다.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급격한 상승기를 빼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008년 9월(2.3%)에 이어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일본 소비자물가는 작년 9월부터 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2014년 10월(2.9%)에 이어 7년 6개월 만에 최고였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유나 전기 등 에너지였다.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19.1% 급등해 전체 물가를 1.38%포인트 끌어 올렸다.
전기료와 휘발유 가격이 각각 21.0%, 15.7% 상승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료품 가격도 2.6%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최근 엔화 가치가 기록적으로 하락하면서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총무성은 휴대전화 요금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해 봄 주요 이동통신사가 정부 압박을 받고서 휴대전화 저가 요금제를 도입했는데 기저 효과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수준(2%)을 넘어섰지만, 기업의 투자가 늘고 임금 인상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달성하지 못하고 가계 부담만 키우는 상황이다.
일본 내각부가 18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전 분기 대비, 계절 조정치)를 기록해 두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민간 최종소비지출)는 0.03% 감소했다.
일본 내 기업·가계의 소득 총액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작년 4분기보다 0.7% 줄었다.
역시 일본은행 발표에 의하면 지난달 일본 기업물가지수 1년 전보다 10.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 가능한 통계 자료가 있는 1981년 1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생필품 가격이나 외식비 등의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회전초밥 체인점 `스시로`는 1984년 창업 후 38년간 이어진 1접시 100엔(약 990원, 소비세 10% 별도) 메뉴를 올해 9월 말까지만 제공하고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에 소비세를 포함해 110엔이던 상품의 가격을 10월부터 120엔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고유가 및 물가 상승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2조7천9억엔(약 26조8천억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