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중단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내달부터 타워크레인 해체·철수 작업에 들어간다고 17일 밝혔다. 아울러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비 대출 보장도 해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공단은 공사가 중단된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여 간 타워크레인 등의 장비를 비롯해 공사 현장의 유지·관리 비용이 4개사를 합쳐 150억∼2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배치된 타워크레인은 총 57대다. 시공단은 내달부터 타워크레인 해체·철수 작업에 들어가는데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부터 계획을 세우더라도 7월 말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공단은 재건축 조합에 대한 7천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도 `불가`한 것으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
조합 측은 앞서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오는 8월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비 대출금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시공단 측은 "사업비 대출 연장에 대해서는 대주단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대출자(조합)가 사업비를 갚지 않으면 시공단이 대위변제를 한 후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은 지난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5천600억원가량의 공사비 증액 계약에서 시작됐다.
둔촌주공 전(前) 조합장은 시공단과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2조6천708억원에서 3조2천294억원으로 늘리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새 조합 집행부는 당시 조합장이 해임된 사실 등을 거론하며 시공단과 이전 조합이 맺은 계약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공단은 당시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천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천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