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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내 탈출 못 하면 끝장"…허점 드러낸 러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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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차가 포탑의 설계 결함을 수십년간 방치한 탓에 전력에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달 25일 영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약 9주간 러시아군이 약 580대의 전차를 손실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양국군의 손실 규모를 추적하는 군사정보 사이트 `오릭스`는 4월 28일 기준으로 러시아군 전차 최소 300대가 파괴됐고, 279대가 버려지거나 손상·노획됐다고 분석했다.

오릭스는 영상 증거가 확보된 사례만 집계에 포함하기에 실제 러시아군의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선 우크라이나군이 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등에 피격된 러시아군 전차의 포탑이 마치 `깜짝상자`와 같다는 해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깜짝상자는 상자 뚜껑을 열면 스프링이 달린 피에로와 같은 내용물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감이다.

SNS에선 전장에서 러시아 탱크의 포탑이 깜짝상자 마냥 2층 건물 높이로 튀어 오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탄약고와 전차병 탑승 공간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은 탓에 생기는 것으로, T-72와 T-80을 비롯한 러시아군 주력 전차 대다수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문제다.

러시아제 전차는 전통적으로 포탑이 작고 납작한 편이다. 평야가 많은 자국 지형에서 포탄을 맞을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런 까닭에 포에 탄약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자동장전장치도 차체 안인 포탑 하부에 설치됐다. 전차병의 발밑에 방사형으로 적재된 포탄과 장약이 회전하며 차례로 장전되는 방식이다.

전차 내부공간이 좁아 방탄판으로 보호되는 별도의 탄약고를 마련하지 못하고 포탑 내부와 근처에 다량의 예비탄을 보관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타격에도 최대 40발의 포탄이 연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는 이미 1991년 걸프전쟁 당시부터 잘 알려졌던 사항이다.

당시 이라크군 주력이었던 러시아제 T-72 전차는 미군 M1 에이브럼스 전차에 일방적으로 `학살`되다시피 했다. 이 과정에서 T-72 전차의 포탑이 피격될 때마다 대폭발을 일으키며 높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관찰됐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속 전문가 샘 벤데트는 "우리가 목격하는 건 러시아제 전차의 설계 결함"이라면서 "어떻게든 제대로 맞으면 빠르게 탄약에 불이 붙고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포탑이 말 그대로 터져나간다"고 말했다.

영국군 장교 출신 방위산업 애널리스트인 니컬러스 드러먼드는 포탑이 달린 러시아군 보병장갑차인 BMD-4 등도 비슷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걸프전쟁에서 드러난 T-72의 문제를 보고 서방은 탄약고와 전차병 탑승 공간을 엄격히 분리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정작 러시아군은 당시의 교훈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특히 드러먼드는 "(서방 전차는) 정확히 피격해도 전차가 손상될 뿐 반드시 전차병이 죽지는 않지만 러시아 전차는 피격 시 1초 이내에 탈출 못 하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헛점을 노리고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재블린이나 NLAW 미사일 등 대전차 무기를 대규모 지원했고 러시아 지상군에 대규모 손실을 안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월러스 장관은 25일 의회에서 러시아군 누적 전사자 수를 1만5천명 안팎으로 추산했다. CNN은 러시아군 전사자에서 전차병이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전차병 양성에 최대 12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망한 전차병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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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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