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성폭행했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에 살해당한 딸을 떠나보낸 안드리 데레코는 2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22살이었던 딸 카리나 예르쇼바가 러시아군에 성폭행당했다고 말했다.
예르쇼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막 수도 키이우로 접근하기 시작했을 때 인근 부차에 머물러있었다. 그곳을 벗어나라는 아버지한테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며 남기로 했다.
지난달 초 러시아군이 부차를 포위했을 때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아파트에 숨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가족에게 인근 슈퍼마켓을 가려고 아파트를 떠났다고 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
결국 어머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딸 소식을 수소문했고, 딸과 비슷한 문신을 가진 여성 시신 사진이 한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이후 무참히 살해된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되자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한 형사가 만든 계정이었다.
경찰은 가족에게 예르쇼바가 러시아군에 살해됐고 강간을 당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데레코는 러시아군이 딸의 다리를 먼저 총을 쏴서 못 움직이게 한 뒤 살해했다고 CNN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폭행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와의 상담 전화를 담당하는 심리학자 알렉산드라 크비트코는 침공 이후 성폭행 접수사례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크비트코는 "지금 몇 주만에 50건이 접수됐는데 여기엔 여성뿐 아니라 남녀 어린이, 성인 남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인 사기를 꺾고 저항정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성폭행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에게 무료 상담을 제공하는 심리학자 바실리사 레브첸코는 키이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 50여명과 이야기했다고 한다.
레브첸코는 "러시아군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다"며 "강간도 이 도구 중 하나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완전히 경멸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