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일상 회복 움직임이 빨라지자 국내외 증시에서 비대면 수혜 종목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 넷플릭스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30% 넘게 급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미국 나스닥에서 넷플릭스는 주당 226.1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보다 35.1% 폭락했다. 이는 2004년 10월 이후 17년여 만에 일일 최대 하락폭이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 감소 소식으로 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세에 회의론이 일며 투자 심리가 냉각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전날 1분기 유료 회원이 전분기보다 20만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첫 감소세였다.
이에 월가 은행·증권사들은 앞다퉈 넷플릭스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넷플릭스의 목표주가를 종전 605달러에서 300달러로 내렸고, JP모건, 웰스파고 등도 목표주가를 절반 이상 낮췄다.
보케캐피털파트너스의 킴 포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넷플릭스는 성장기업이 그 성장성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일을 보여주는 전형"이라며 "사람들은 성장기업의 현금흐름 증가를 예상하고 주식을 사지만, 이런 성장주가 폭락하면 금방 발을 뺀다"고 설명했다.
불똥은 OTT 업계 전반으로 퍼져 디즈니(-5.6%), 로쿠(-6.2%), 파라마운트(-8.6%), 디스커버리(-6.0%) 등 동종 업계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넷플릭스의 이날 급락은 OTT 산업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시절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관람했으나, 이제 그런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하는 셈이다.
디즈니가 5월 11일 발표하는 디즈니플러스(디즈니+) 구독자 수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스트리밍 업계를 둘러싼 위기 신호는 더 커질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다른 비대면 수혜주인 음식배달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 저스트이트테이크어웨이닷컴(JET)은 미국의 대형 음식배달업체 그럽허브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3억달러(약 9조원)에 그럽허브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다시 매각에 나선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실적 상승세가 꺾인 것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JET은 미국에서의 배달 주문 건수가 5%나 줄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1% 감소했다. 이에 따라 JET의 주가는 올해 들어 46.4% 떨어졌으며, 배달의민족(배민)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63.2%), 딜리버루(-44.4%), 도어대시(-31.1%) 등 다른 음식배달 종목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표적인 비대면 수혜주인 화상회의 서비스업체 줌 역시 성장세에 의문부호가 달리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43.7%나 빠졌다.
국내 증시에서도 대표적인 비대면 수혜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약 17.8%, 약 18.6% 내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