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꼽힌 둔촌주공 아파트가 결국 공사를 멈췄습니다.
반 이상 진행된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건설사들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덤프트럭이 지나다녀야 할 길목은 굳게 닫혀있고, 건물 사이를 바쁘게 누비던 타워크레인은 방치돼 있습니다.
가림막 곳곳에는 오로지 유치권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들 뿐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이자 올해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둔촌주공 아파트의 현재 모습입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결국 파국을 맞았습니다.
통상 재건축 사업에서는 착공과 동시에 일반분양을 진행해 공사비를 충당하지만, 사업이 지연되자 외상으로 공사를 진행해 온 시공단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전부 철수한 겁니다.
[양재만 / 현장 근로자: 많이 힘들죠.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렸으니까. 저희는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아파트가 20층 넘게 올라갈 때까지 현장에 투입된 돈만 1조7천억원. 지분율을 고려하면 시공사별로 평균 4천억원 이상 물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예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공사를 중단한 시공단에 조합이 계약해지로 맞서면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졌고, 시공단은 소송전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대손충당금이 쌓이면 비용으로 처리되는 금액도 늘어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소송이 진행된다면 당장 (미청구공사금액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미수금 채권을 충당금으로 쌓기 시작하는 순간 그만큼에 대해서는 (재무제표에) 비용으로 반영을 해줘야 하거든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비를 줘야 할 조합이 파산하는 최악의 상황도 거론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을 통째로 매각해서라도 공사비를 회수해야 하는데, 몇 년이 걸릴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최악의 상황은 유치권 행사를 하는 물건(사업장)을 (다른 사업자에게) 파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어요. 최악의 경우에는. 상황이 악화돼 가지고.]
사상 최대 규모에서 사상 초유의 파행인 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랜드마크는 커녕 1조7천억원 짜리 흉물만 남기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