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1.25%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아직 취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금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총재(의장)가 없는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정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를 넘어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빅 스텝) 가능성,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등을 고려해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물가안정을 제1 목표로 삼는 한은이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
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측면에서도 금통위가 기준금리 조정 필요성을 외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한 바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며 "4%대 물가 충격에 대응할 뿐 아니라,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의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현재 0.75∼1.00%포인트 한국이 높다. 하지만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잇따라 두 차례만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수개월 사이 미국이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자금 유출 우려는 크지 않지만 원화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올라가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금통위가 총재 공석, 우크라이나 사태와 금리 상승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다음 달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인상과 동결 응답이 50%씩으로 같았다.
이날 금통위 회의는 의장 대행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주재하고, 회의 직후 열리는 기자 간담회에도 주 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