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4세대 항암제 기술수출이 시험대에 올랐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에이비엘바이오 등 국내 14개 회사가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에 출격한다. AACR은 세계 3대 암 관련 학회로 매년 120여개 국가의 관련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AACR에선 신약 후보물질의 새싹인 초기 연구결과 발표가 주를 이룬다.
초기 연구결과에서도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이전하는 사례가 많음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특히 올해 행사는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면 행사인 만큼 회사들 간의 접촉과 기술이전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로 발표할 주제는 신규 타겟 면역항암제와 이중항체치료제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식별하고 공격하는 것을 돕는 약물이다. 암세포의 표면 단백질(PD-L1, PD-L2)이 면역세포(T세포)의 표면 단백질(PD-1)과 결합하면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데, 이걸 막는 게 대표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해당 방식(PD-1타겟)은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일종의 블루오션 전략으로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의 IDO-1저해제, 지놈앤컴퍼니의 CNTN-4 타깃 항체, 파멥신의 VISTA 타깃 항체, 에이비온의 CLDN3 타깃 항체 등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행사에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2종(YH32367, YH29407)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이중 YH29407은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과 공동연구중인 면역항암제로 IDO-1효소를 저해하며, 동물실험에서 항종양·생존율 향상이 입증됐다.
지놈앤컴퍼니는 신규타깃 CNTN-4를 억제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GENA-104A16), 디바이오팜과 공동연구중인 ADC후보물질(GENA-111-AF), 신규 면역항암타깃(GICP-105) 등에 대한 연구발표를 진행한다. GENA-104A16은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멥신은 신규타깃 VISTA와 결합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PMC-309) 연구결과를 지난해에 이어 발표할 예정이다.
에이비온은 CLDN3 타깃 표적항암제 후보물질(ABN501)에 대한 전임상 연구결과를 공개한다. CLDN3는 세포간 접합 단백질로 유방암과 난소암 등에서 과발현된다.
또 이번 행사에서는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인 이중항체치료제에 대한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에이비엘바이오 등의 연구결과도 발표된다. 이중항체치료란 하나의 항체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데 쓰고 나머지 하나는 면역세포를 증강시키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허가받은 이중항체치료제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현재 수십여 개의 임상 2·3상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주목해야 할 신기술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제 이중항체인 ABL103의 전임상결과를 발표한다. 동물 실험에서 약물 투약 중단 후 3개월까지 암이 재발하는 것을 막았다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혈액암과 고형암 표적 치료제로 개발중인 HM97662의 전임상 연구를 발표한다. 이 후보물질이 발암유전자인 EZH1, EZH2를 이중으로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 박셀바이오와 티움바이오, 레고켐바이오, 에스티큐브, 엠디바이오랩, 티에스바이오 등 다양한 회사가 이번 AACR에서 그간의 연구 성과를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