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한덕수 전 총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카드가 막판에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현재 총리 후보군은 한 전 총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으로 사실상 2배수 압축된 상태로, 인선 작업이 막바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31일 전해졌다.
현재로선 여전히 한 전 총리 지명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임 전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윤 당선인의 선택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윤 당선인측 핵심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임 전 위원장에게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며 "임 전 위원장이 고사했으나 이어진 설득에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20년부터 법무법인 율촌 고문 등으로 활동해온 임 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민간 영역에서 국가에 기여하는 방안을 선호한다는 게 임 전 위원장과 최근 접촉한 인사들의 전언이다.
윤 당선인 측은 임 전 위원장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여러 차례 재고를 부탁해왔다는 것이다.
전남 보성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을 거쳤다. 정통 관료로 선후배 사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근혜 정부 말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으나,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인사가 최종 불발되는 일을 겪은 바 있다.
임 전 위원장은 이날 종일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언론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한 전 총리도 애초 `공직을 다시 맡고 싶지 않다`는 뜻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미 내부 검증을 통해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자신이 총리 후보로 낙점되지 않더라도 새 정부 성공을 위해 측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와 임 전 위원장은 둘 다 호남 출신 경제통으로, 국민 통합과 경제라는 두 가지 컨셉트를 충족하고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한 전 총리는 올해 73세로 고령인 점이, 임 전 위원장은 최근 로펌 고문으로 고액의 급여를 받아온 점이 각각 부담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한 전 총리가 여전히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분위기지만 임 전 위원장 카드도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당선인의 최종 결심 등이 남은 상황으로 보인다. 임 전 위원장의 경우 경제부총리 등 다른 자리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윤 당선인은 이르면 오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 후보를 직접 발표할 전망이다.
그는 이날 오전 통의동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여러분을 놓고 검증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아직 발표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후보군이 압축됐다는 정도 밖에 말씀을 못 드린다"며 "대내외 위기 속에서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잘 뒷받침하며 부처 간 유기적 협력을 이끌 분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4월 초에 발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