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당국의 억제 방침에 따라 가계대출 창구를 틀어막았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빠르게 빗장을 풀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신용대출상품 통장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천만원에서 상품 종류에 따라 8천만∼3억원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작년 1월 29일 신용대출 상품과 대상에 상관없이 모든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5천만원으로 낮춘 지 약 1년 2개월만의 상향 조정이다.
같은 날부터 대표 신용대출 상품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한도도 최대 1억원에서 2배인 2억원으로 늘어난다.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 한도 복원을 검토 중으로, 이르면 다음 주께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5천만원에 묶여 있고, 신용 등과 상관없이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도 1억5천만원 이상 받을 수 없다.
4대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의 한도 대부분을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돌려놓은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한도거래방식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상품의 한도를 전문직군 대상 상품(KB닥터론·KB로이어론·에이스전문직 무보증대출 등)은 최대 1억5천만원, 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KB직장인든든신용대출·KB급여이체신용대출·본부승인 집단신용대출 등)은 1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9월 16일 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요청 등에 따라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일괄적으로 5천만원까지 줄인 뒤 약 6개월 만에 `정상화`한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일찌감치 지난 1월 말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천만원에서 최대 1억5천만원으로 높이는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작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은행들은 지난해 설정된 비대면 가계대출 제한도 하나둘씩 없애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KB국민은행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대환 조건부 대출 신청을 허용한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규 신용대출에 적용해온 `당·타행 신용대출 합산 1억원` 한도를 해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이런 `가계대출 문턱 낮추기` 시도는 영업이나 정치 상황으로 미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 실적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가계대출 자산 감소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집계한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705조2천932억원)은 2월 말보다 6천441억원 줄었다. 5대 은행만으로는 3개월 연속, 은행권 전체로는 4개월 연속 감소 가능성이 커졌다.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한도까지 다시 늘어나면,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작년 한 해 잇따라 추가된 수많은 규제 가운데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를 빼고는 거의 1년 만에 대부분 작년 초 수준으로 돌아간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행 개인별 DSR 규제 아래에서는 (대선 공약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따른 대출 한도 증액 효과가 고소득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 실수요자의 LTV 상향뿐 아니라 청년·무주택자 등 정책 수혜 대상자의 DSR, DTI(총부채상환비율)도 같이 완화돼야 정책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