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대형 투자사들이 신흥국 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에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대형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과 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신흥국에서 투자처를 물색해왔지만, 현재는 신흥국 투자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투자 성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지수에 따르면 신흥국 증시의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3.3%였는데 비해 세계 전체 증시는 연 11.1%, 미국 중형주(중견기업 주식)는 연 12.1%에 달했다.
채권에서도 JP모건체이스와 블룸버그가 운영하는 지수로 확인한 지난 10년간 신흥국 시장 채권 수익률은 연평균 4%로, 미국 하이일드채권의 연 6.1%에 미치지 못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선진국 증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의 수혜를 더 많이 본 덕분에 신흥국 증시보다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작년 중국 부동산업계 위기와 중국 당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때리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신흥국 관련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신흥국 시장으로부터 자금 유출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신흥국 채권 투자 뮤추얼펀드는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시기에 자금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엔 약 550억달러(약 66조8천690억원)가 유입됐다.
하지만 작년엔 40억달러(약 4조8천632억원)가 빠져나갔고, 올해 현재까지 73억달러(약 8조8천754억원)가 재차 유출됐다.
미국 주(州) 또는 지방정부의 퇴직연금도 신흥국 투자 비중을 낮추는 추세다.
하지만 많은 기관투자자가 여전히 신흥국에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의 투자위원회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신흥국 시장에서 "상황이 잘못될 수 있다"면서도 "기회가 무시하기엔 너무 크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