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조 기자. 오늘은 어떤 기업입니까?
<기자>
최근 S&P 500 중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 중 하나를 가지고 왔는데요. 미국 증시 시총 순위는 높은데, 서학개미 바구니에는 많이 안 담겨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티커명은 `V`,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국제 신용카드 대표주자 비자(VISA) 입니다.
<앵커>
비자가 시총 Top 10에 드나요?
<기자>
네. 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금요일 장 마감 기준으로 4945억달러로 엔비디아에 이어 9위인데요. 보시면 시총 10위 안에 드는 유일한 금융주로 볼 수 있습니다. 6위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사가 근간이기는 하나 투자 지분 가치에 대한 평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죠.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모두 10위권 아래에 자리하면서 비자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 매수 상위 종목에서는 한참 내려가야 찾을 수 있는데요. 38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금융주가 외면을 받는 편입니다. 비자는 지난주, 특히 설 연휴에 15%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에서 두드러졌는데요. 발표한 1분기 실적이 좋은 성적을 나타낸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지난해 대비 순매출 자체가 24% 늘어난 71억달러를 기록했고, 분기 순익도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당일만 주가를 10%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앵커>
코로나 종식과 함께 해외여행이 늘면, 마스터카드와 함께 뜰만한 종목이긴 한데, 그간 참 안 오르긴 했어요.
악재들이 좀 있었기 때문이고, 이번에 오른 건 지난번에 다뤘던 정유주처럼 경기민감주의 선전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자의 경우 지난 2년간 횡보 장세를 길게 이어왔는데요. 실적 개선만큼이나 비자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심리가 이른바 보복소비로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MZ세대보다 막강한 소비력을 갖춘 베이비붐세대들이 여전히 비자에 익숙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한국은 이제 오미크론 확산세에 속도가 거듭 붙는 모습이지만, 미국의 경우 정점이 이미 꺾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루 평균 신규확진자 수가 정점이었던 지난달 중순(14일) 80만6천여명에서 20일 만에 38만5천명으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또 중증화율도 델타에 비해 오미크론이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종식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도 앞으로 해외여행의 테마가 크게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포셋 애널리스트는 "해외여행 관련 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며 팬데믹 이전 수준의 실적 회복은 당초 2023년 중순에서 반년 앞당긴 올 연말 가능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또 다른 IB, 레이먼드제임스의 존 데이비스는 비자가 `Beat and Raise`를 이어갈 것이라 했는데요. 어닝 서프라이즈를 뛰어넘는게 어닝 비트(Earning Beat)이고, 여기에 앞으로 실적 전망도 좋을 것이라는 뜻으로 `Beat and Raise`라고 부릅니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거듭될 것이란 호재 중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만큼 투자자들도 오미크론 이후의 일상회복을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는데, 비자는 어떻게 돈을 버는 회사죠?
<기자>
매출은 크게 결제 서비스와 데이터 프로세싱(Data Processing), 국제 결제(International Transaction) 이렇게 3개로 나뉩니다.
결제 서비스는 금융기관에서 받는 비자 프로그램 사용료이고, 데이터 프로세싱은 거래를 승인, 청산, 결제하는 과정에서 걷어지는 거래수반 수수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국제결제는 다른 국간 송금, 출금, 환전 등에서 얻어지는 글로벌 거래 수익입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비중을 유지해왔는데, 팬데믹 기간 오프라인 결제, 그리고 국제 거래 부분이 조금 줄었다가 이제 증가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 보시는게 이번 실적인데, 결제서비스와 데이터 프로세싱이 각각 19% 성장했고, 국제 결제가 지난해 대비 50% 회복한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사업부 매출이 20~50% 올랐고, 어닝콜에서는 비용은 오히려 줄고 순이익을 늘렸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결과 수익성도 경쟁사인 마스터카드에 비해 더 높은 순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표를 냈습니다.
<앵커>
전 세계 네트워크 망으로 돈을 버는 비자.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중국 유니온페이를 제외하고서 전 세계 결제시장 점유율 60%에 달하구요. 유니온페이를 넣으면 비자가 35%, 유니온페이가 41%입니다. 비자는 통상 1.1%의 수수료를 부과하는데요. 이때 수수료는 돈이 움직일 때마다 부과되죠. 만약에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했다가 제품을 환불해도 주문과 동시에 수수료 내고, 환불할때 또 내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사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수료를 깎는 수순일 텐데, 비자는 고정적 수수료를 유지하는 편입니다.
여기에 비자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핀테크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요.
비접촉 결제 서비스인 Tap to Pay, 카드번호가 필요 없는 Visa Token, 페이팔 유사한 간편결제 서비스 Click to Pay, 실시간 송금 Visa Direct 등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대처하며 결제 편의성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비자의 최대 기대시장인 신흥국에서 모바일페이로 빠르게 시대 전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메타(페이스북)가 최근 가상화폐 사업 청산을 결정했는데, 그 수혜자로 비자가 꼽힌다는 것은 무슨 이야깁니까?
<기자>
비자도 가상화폐 결제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자 네트워크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 셈이죠.
비자는 이미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등 가상화폐 서비스 기업들과 협업해 지갑 및 카드, 결제 서비스를 내놓았는데요. 비자에겐 최고의 위협 요소가 바로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사업 `디엠`이었습니다. 비자는 이 프로젝트 초기에 함께 했다가 중도 하차했는데요. 메타가 새로운 결제 시대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었는데 미국 금융감독기관의 반대로 사업이 엎어졌고, 또 앞으로도 미 정부에서는 이 같은 사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비자에겐 실적만큼이나 이 뉴스가 큰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비자는 가상화폐 결제 뿐 아니라 NFT를 구매하고 저장하는 프로세싱 & 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나섰습니다. 비자 카드로 온라인 쇼핑을 하듯 NFT 상품도 사고 거래도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NFT 시장 진출의 일환으로 원숭이 이미지로 유명한 크립토펑크 NFT를 15만달러에 구입하기도 했었죠. 비자의 최고경영자(CEO)인 알 켈리는 "암호화폐가 5년 뒤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지, 주류가 될 수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가상화폐 산업 한 가운데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죠. 실제로 이번 1분기 가상화폐 연결 결제가 25억달러에 달했는데요. 이는 신용카드 결제와 비교했을 때 1%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현재 가상화폐 거래량의 70%를 비자가 차지한 것입니다. 또 비자가 가상화폐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선점의 이유도 있겠지만, 각국 중앙은행에서도 CBDC, 디지털화폐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기술과 판도를 주도하겠다는 측면이 큽니다.
<앵커>
또 최근 비자가 고전했던 이유는 아마존과의 싸움 아니었습니까? 영국 결제 거부 사태, 어떻게 결론 났습니까?
<기자>
이 사태의 발단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EU가 정한 수수료 상한이 적용되지 않게 됐는데요. 그러자 비자가 바로 지난해 초 영국과 EU 간 온라인 거래 신용카드 수수료를 0.3%에서 1.5%로 인상했습니다. 이러자 아마존이 "그러면 우리는 비자 신용카드 결제를 안 받겠다"라고 했죠. 사실 아마존 정도 되니까 이런 대응에 나설 수 있지 다른 거래처들은 수수료 인상을 쳐다볼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전통 신용카드사와 페이팔, 어펌 등 핀테크의 경쟁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인데요. 아마존은 지난 8월 어펌과 제휴해 BNPL 결제를 추가하기도 했고, 올해부터는 페이팔 벤모를 결제 방식에 추가하죠. 본격적으로 비자와 경쟁의 각이 세워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결정은 결국 철회되고 일단은 비자의 승리고 끝나는 양상인데요. 비자는 이전에도 월마트나 크로거(수퍼마켓 체인) 등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들과 수수료 문제로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지만 탄탄한 고객 기반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53%를 아직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죠.
하지만 BNPL 서비스가 가파르게 확장되고 있고, 핀테크 기업들이 낮은 수수료, 무엇보다 지급될 이자와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편리성을 한층 높이고 있고, 또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키우면서 비자에게는 계속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아마존과 비자의 갈등은 사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던 사례입니다.
대형 유통플랫폼이 나오면서, 유통업체와 독점 결제망의 갑을 관계가 바뀌는 사례가 탄생할 지 궁금했는데, 결국은 결제망의 승리로 끝이 났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여전히 `갑 오브 갑`인 비자, 월가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최근 3개월간 비자에 대한 평가를 내놓은 18개사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15개사가 매수 추천, 3개사는 보유를 제시했습니다. 가장 높은 목표가 제시는 312달러, 현재가 대비 35% 가량 추가 상승 여력을 점쳤고, 평균 목표가는 270달러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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