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되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도 해외채권 비중을 줄이고, 국내 채권 비중을 늘리는 전략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신민식 한화생명 전무는 24일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변동성과 환율효과를 감안하면 해외채권은 수익성뿐 아니라, 자산부채관리(ALM)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낮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전무는 국내 2위 생명보험사 한화생명이 보유한 130조 원에 달하는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다.
한화생명은 그동안 해외채권 투자 속도를 꾸준히 조절해왔는데,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실제 한화생명 사업보고서를 보면 해외유가증권은 2019년 말 29조863억 원에서 2020년 말엔 22조1,915억 원으로 준데 이어 지난해 9월엔 다시 19조1,478억 원으로 줄며 2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대부분 채권으로 구성된 해외유가증권을 2년새 30% 이상 줄인 셈이다. 같은기간 국공채 투자 규모는 15조1,063억 원에서 25조1,032억 원으로 10조 원 가량 늘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해외채권은 자산부채 매칭 효과가 반감돼 자본 변동성이 확대되는 단점이 있다.
다만 국내 채권 시장의 큰손인 국내 대형 보험사들도 비슷한 자산 운용 전략을 짜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전략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 전무는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를 감안하면 공급측면에서 국공채와 회사채 시장 환경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채권 비중을 줄이면서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선별적인 해외 대체투자는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수익·고위험 자산과 저수익·저위험 자산을 조합해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 전체적인 투자 위험을 상쇄하는 이른바 바벨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과 해외실사 불가 등으로 해외 신규투자가 어려운 속에서도 재간접투자와 블라인드펀드 투자 등을 통해 연간 평균 약 4~5조 원의 약정을 체결하는 등 신규투자를 꾸준히 진행했다.
신 전무는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실사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현지의 우수한 글로벌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약정하는 방식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했다"면서 "코로나19 영향이 정상화되더라도 이 같은 투자 전략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처로는 코로나19로 상대적 가치가 낮아진 부동산 영역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디스트레스드(distressed·부실자산) 상품군, 꾸준한 투자기회가 있는 해외기업대출 펀드, ESG관련 펀드를 꼽았다.
한화생명은 운용자산 이익률 목표 기준을 세우진 않고 있다. 신 전무는 "절대적인 지표인 운용자산 수익률보다는 신제도 기준에 맞춰 실질적인 부채 가치 변동을 헤지하고 초과성과를 내기 위한 목표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기로 투자 운용에 우호적인 환경인 것은 분명하지만 코로나19, 미·중간 갈등 등을 감안하면 금리 변동성이 높은 환경인 만큼 공격적인 운용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금리 인상 이후 시점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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