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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연초부터 ‘테일 리스크’ 쏟아진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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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10년, 2020년대를 맞아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사태가 엄청난 충격을 줬던 만큼 임인년인 2022년에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세계 경제는 코로나 이외에 또다른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발생하면서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을 중심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통계학에서 자연·사회·정치·경제 현상은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 분포로 설명한다. 하지만 발생 확률이 적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빈도가 정규 분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커져 꼬리가 두터워질 경우 테일 리스크가 발생한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정규 분포 꼬리가 너무 두터워져 평균에 집중되는 확률이 낮아 예측력이 떨어지는 팻 테일 리스크(fat tail risk)가 자주 목격돼 왔다. 꼬리 부분이 두텁지 않아야 평균값의 의미가 강해지고 통계학적 예측력이 높아지는데 꼬리가 두터워지면 평균값의 의미가 떨어져 예측이 어려워진다.


테일 리스크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세계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다. ‘R(경기 침체)’ 공포를 넘어 ‘D(디플레)’ 공포가 빠르게 악화된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는 지금은 인플레와 금리가 올라가지만 궁극적으로 성장률과 함께 마이너스 국면에 빠지는 ‘3M(triple minus)’ 시대가 닥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4V(quadruple vacant) 공포’가 확산되는 것도 주목된다. 4V 공포는 지표경기보다 일생 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와 관련된 용어로 빈손, 빈집, 빈상가, 빈산업단지를 말한다. 빈집의 경우 전국적으로 200만채가 넘어 더 이상 대책이 없을 경우 한국도 ’시카고 공포‘가 우려된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 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면서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말한다.

3차 대전에 대한 우려는 전형적인 롱테일 리스크(long tail risk)에 해당한다. 미?중 간 경제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주의와 이기주의, 극우주의 세력 득세, 중남미 지역의 핑크 타이드 물결 등으로 지금의 상황이 2차 대전 직전과 흡사하다고 영국의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경고했다.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차 냉전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의 팻 테일 리스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과 제2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재탄생될 것인가 여부다. 지난 1월 20일부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도롤 좀처럼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강경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탄핵시켜야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옥터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와 같은 국민의 지지도를 끌어올릴 극적인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바이든 국가와 트럼프 국가로 양분돼 제2의 의회점령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연 어디서 옥터버 서프라이즈를 만들어 낼 것인지 관심이 되고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 이후 ‘잃어버린 20년’ 과정에서 △정책 함정 △유동성 함정 △구조조정 함정 △불확실성 함정 △좀비 함정 등 5대 함정에 빠져 고통을 겪었다. 일본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아베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지브리의 저주’에 빠질지 모른다는 새로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브리의 저주란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면 증시 등 금융시장이 난기류를 보이는 현상이다. 지브리 저주는 금융변수 중 엔?달러 환율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높다. 일본 총리를 스가와 기요시로 교체해 분위기를 바뀌보려 했지만 일본 금융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 경제의 테일 리스크는 ‘선행의 역설(kind act`s paradox)’이다. 선행의 역설이란 좋은 의미로 행동한 것이 도리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기부를 할 때 기부의 순수성을 생각하지 않고 출세 등 다른 측면을 생각하는 것을 전형적인 선행의 역설로 볼 수 있다.

2010년 이후 발생했던 유럽재정위기 극복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독일 경제가 그 후유증으로 2019년 2분기부터 마이너스 국면으로 추락할 정도로 성장의 동력이 약화됐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마저 떠났다. 독일이 맹주 역할을 못한다면 유로 랜드 중 비우량 회원국에 속하는 PIIGS(포르투칼,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경제뿐만 아니라 유럽 통합에도 악역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테일 리스크는 ‘제3차 천안문 사태’ 가능성이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협상, 홍콩 시위대 사태 등에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구조병인 3대 회색 코뿔소(그림자 금융, 과다 부채, 부동산 거품) 현안도 제때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성장률 5%선도 붕괴됐다.

제3의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다면 자연스럽게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6년 1차 천안문 사태 이후 덩샤오핑 실각, 1989년 2차 천안문 사태 이후 자오쯔양에서 장쩌민으로 권력 이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부패척결 과정에서 밀려난 권력층을 중심으로 시진핑 퇴출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같은 대형 위기가 발생한 것인가 여부가 최대 관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 등을 진단해 보면 아직까지 대형 위기가 발생한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되면 자기실현적 기대 가설에 따라 대형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오는 5월에 신정부가 출범하는 한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테일 리스크다.

이밖에 올해 예상되는 테일 리스크로는 △비이성적 과열에 따른 미국 주가 20% 폭락 △신흥국에서 외국자금의 대규모 이탈 △항로와 자원 확보를 위한 북극 전쟁, 그리고 △외화조달 실패로 북한의 붕괴 가능성 등이 꼽힌다. 임인년인 2022년에는 그 어느 해보다 테일 리스크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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