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8년 일부 갱도를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여전히 점검·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최근 위성사진을 근거로 "차량 동행 흔적과 제설 작업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일정 조건으로 유지 중"이라고 분석했다고 VOA가 24일 전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이런 동향에 대해 "단순한 모니터링 이상의 활동으로 보인다"면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건물들은 현재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VOA는 이와 관련, 풍계리 만탑산 일대엔 4개의 핵실험용 갱도가 있고, 이 가운데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뒤 폐쇄됐으며, 2번 갱도에서 2~6차 핵실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3~4번 갱도는 2번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사용되지 않은 채로 관리돼 왔다고 전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이 2018년 폭파할 때 파괴되지 않은 일부 갱도를 추가 핵실험에 이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폭파 당시 갱도의 가장 안쪽을 포함해 전체를 다 폭파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핵실험장 재사용 시)무너진 갱도 입구를 재건하는 대신 새 입구를 뚫어 파괴되지 않았던 갱도로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기존 갱도를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입구를 만든다면 위성에 포착될 것"이라면서 만약 재건 공사를 한다면 착공 이후 최소 석 달은 지나야 새 입구를 만들고 위성으로 이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말했다.
다만,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이 풍계리에서 당장 추가 핵실험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 실시한 강력한 핵실험의 영향으로 주변 바위와 산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핵실험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면서 "만약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국이 불만을 표출할 수 있고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잡혀 있어 곧바로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최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는 것을 볼 때 새 핵실험장 건설을 고려하는 것은 더욱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당장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재건 공사 자체는 이미 착수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2018년 5월 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를 폭파했다. 같은 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ICBM 발사 중지(모라토리엄)`를 결정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한 데 따른 조처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