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A씨는 최근 미녹시딜 성분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고민이 많다. `부작용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저혈압이 있어 부작용이 무서운데, 탈모에 효과가 있다니 몇 달은 먹어보려 한다"는게 A씨 설명이다.
여성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B씨는 "요즘 먹는 탈모약을 처방해달라는 여성 환자가 꽤 있다"며 "알고 봤더니 유튜브에서 먹는 미녹시딜이 여성탈모환자에게 효과가 좋다는 내용이 나왔는데, 환자들이 이를 보고 효과가 좋은데 왜 처방을 안해주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탈모 환자 증가…작년 한 해 시장 16.6% 성장`탈모약을 먹는다`거나 `탈모약을 먹어봤다`는 사람이 흔해진 이유는 탈모 환자가 계속해 늘어나고 있어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의 탈모 환자를 분석한 결과(탈모증 질환 진료현황), 2020년 진료인원은 23만 3,194명으로 2016년보다 2만 1,053명이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2.4%였다.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1,255억 규모로 2020년보다 16.6% 성장했으며, 먹는 치료제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최근 탈모 환자가 늘어나고, 탈모클리닉이 늘어나면서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보자`는 식의 병원이 많아졌다"며 "효과를 좋게 하기 위해 모발이식도 하고, 먹는 약도 쓰고, 바르는 약도 쓰는 식인데 불필요한 처방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저혈압 있거나 가임기라면 더 위험문제는 여성이라면 먹는 탈모약을 더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성이 탈모약을 먹는걸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의료 전문가들이 많다. 이유는 크게 ▲다모증 부작용(미녹시딜 제제) ▲저혈압 위험(미녹시딜 제제) ▲불필요하게 함께 처방되는 이뇨제 부작용(미녹시딜 제제) ▲기형아 우려(피나스테리드 제제) 등이다. 저혈압 위험과 이뇨제 부작용은 남성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그러나 탈모약의 복용량이 같다고 가정하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일반적으로 체중이 덜 나가고 장기 크기가 작은 등의 문제로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
이준 약사(중앙약국)은 "미녹시딜 제제는 원래 혈관을 이완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리는 고혈압 치료제인데 부작용으로 머리털이 나는 효과가 있다"며 "혈압이 너무 떨어지면 안되니 바르는 제형으로 많이들 쓰는데, 먹는 제제는 머리털보다 콧수염이나 구렛나루, 턱수염이 훨씬 많이 나는 편이라 여성들에게는 다모증 부작용이 보고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녹시딜 제제 사용 후 이마에 비해 구렛나루 부분 털이 약 4~5배 많이 자란다는 연구도 있다.
다모증은 건강에 큰 해를 끼치지 않지만, 저혈압은 이야기가 다르다. 두통이나 무기력증,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급격한 저혈압으로 실신하면 골절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준 약사는 "먹는 미녹시딜 제제는 가벼운 고혈압이 아닌 심한 고혈압을 위한 약이라, 먹었을 때 급격한 저혈압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함께 처방되는 이뇨제도 `불필요한 약 복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B원장은 "미녹시딜 부작용 중 하나인 부종을 조절하기 위해 스피로노락톤 성분 이뇨제를 함께 처방하는 병원이 있는데, 해당 이뇨제는 신장독성이 있어 장기간 먹는걸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로페시아로 유명한 피나스테리드 제제는 남성호르몬에 작용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이라, 임신중이거나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금기인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서지거나 깨진 조각을 만지기만 해도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 단, 약이 코팅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부서지지 않았다면 위험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