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에 따라 올해 가계 대출 증가 규모가 97조원 선에서 묶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계 대출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13조원 이상 줄어들 수 있어 가계 대출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의 강력한 총량 관리에 따라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2020년보다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속보치와 전망을 종합하면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천628조원대로 추정된다. 2020년 말 잔액보다 110조원(7.2%) 정도 증가했다.
작년 11월 금감원 속보치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9천억원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2020년보다 0.8%포인트(p)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가계대출이 112조3천억원, 8.0%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려 했으나 전세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고, 집단대출을 계속 공급하는 등 `실수요` 대책을 시행하면서 증가율이 7%를 넘겼다.
금감원이 집계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한국은행 가계신용동향 통계의 가계대출에서 한국장학재단과 연금기금 대출 등이 제외돼 130조원가량 차이가 난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가계대출 증가액이 월평균 11조원을 웃돌았으나 금융당국의 강력한 총량 관리가 시행된 8월 이후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과 금융당국의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 4~5%대를 고려하면 올해 공급량은 65조~97조원 선이다. 5.9%대 증가율까지 용인한다고 해도 지난해 증가액 110조원보다 13조원 정도 적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대체로 4%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KB와 신한이 4∼5%를, 하나·우리·농협은 4%대를 증가율 관리 목표치로 제시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의 관리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며 "총량 관리에 기반하되, 시스템 관리를 강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4~5%대로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는 작년처럼 총량 관리에 따라 대출 여력이 고갈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개인의 소득에 연동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기준금리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달부터 차주별(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돼 개인별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연간 원리금 합계가 연소득의 40%(비은행권에서는 50%)를 넘을 수 없다.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자로 규제가 확대된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은 차주별 DSR 산출에 반영되지 않는 데다 지난 1년 새 전셋값이 크게 올라 계속 늘어날 수 있다.
금융위는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수요 전반을 억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금리가 매우 낮아 수요자들이 전세자금 대출이나 신축 사업장의 중도금·잔금대출을 한도까지 받으려고 했지만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 무조건 대출을 늘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