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연일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면서 의료체계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병상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환자 발생에 비해 병상 확충 속도가 느려 지금은 사망자가 발생해야 새로운 중증 병상이 생기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12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적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9%(1천276개 중 1천31개 사용)로 전날 79.0%에서 1.9%포인트 증가했다.
입·퇴원 수속 과정을 고려하면 중증 병상 가동률 80%는 사실상 포화 상태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심각한 수도권 중증 병상 가동률은 86.5%(821개 중 710개 사용)로 전날 83.9%에서 2.6%포인트 올랐다.
서울과 인천은 중증 병상 가동률이 각각 90.6%(361개 중 327개 사용), 92.4%(79개 중 73개 사용)로 90%도 넘어섰다. 경기는 81.4%(381개 중 310개 사용)를 기록 중이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북과 강원의 중증 병상이 한 개도 남지 않았다. 세종은 1명, 대전과 충북은 각 2명의 중환자만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병상 부족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894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7월 말부터 3개월 이상 300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된 이후로 급증했다.
지난달 6일 411명으로 처음 400명대에 진입했고, 11일 만인 지난 17일 522명으로 500명을 돌파했다.
지난 24일부터는 엿새 동안 600명대를 유지하다가 이달 1일부터 일주일 동안은 700명대를 기록했고,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동안 800명대가 이어졌다.
사망자도 급증해 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80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4천253명 중 33%인 1천404명은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후 42일 동안 발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중증 병상 가동률은 사망자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며 "사망자를 최소화하려는 의료진의 노력이 성공하면 추가 중증 병상이 나오지 않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날은 추가 중증 병상이 생긴다. 의료진으로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병상이 없어 대기 중인 코로나19 환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1천739명이다. 기존 최다치인 전날 1천508명에서 231명이나 늘어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이 가운데 400명은 나흘 이상 병상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이상 대기하는 환자는 658명, 이틀 이상 대기자 431명, 사흘 이상 대기자는 250명이다.
입원 대기 중에 집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입원 대기 중 사망자는 45주(10.31∼11.6)에 1명이었으나 46주(11.7∼13) 2명, 47주(11.14∼20) 3명으로 늘었고 48주(11.21∼27) 10명, 49주(11.28∼12.4) 13명이 됐다.
정부는 유행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다음 주 특단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의료계에서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