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대기업 인텔의 중국 내 생산확대 계획이 안보 이유로 무산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최근 중국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고 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제동을 걸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은 반도체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 업계의 계획이 상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백악관의 이번 결정에는 미국 기술의 중국 이전을 봉쇄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보호주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인텔을 포함한 미 반도체 기업들은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의 마음을 잡기 위해 중국에 공장을 세워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백악관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자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가능성에 점점 더 큰 경계심을 노출해왔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소재 기업과 투자자들이 2017∼2020년 참여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 협약은 직전 동기간보다 2배 늘어난 58건에 달하며 2020년에만 역대 최다 건수인 20건을 기록했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중국 프리마리우스 테크놀로지를 지원하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지속하자 인텔 등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대한 답변을 이달 8일까지 제출하라고 지난달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사실상 강제로 민감한 기업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백악관은 반도체 산업을 넘어 대중국 전략적 투자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전략적 경쟁국에 중요 공급망과 기술산업 자원의 해외 이전과 투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밥 케이시(민주)·존 코닌(공화) 상원의원의 보좌관들과 최근 회동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미국 정부 지원을 바라는 까닭에 백악관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 520억 달러(약 61조 3천억 원)를 투자한다는 반도체 법안(CHIPS Act)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몇 개월째 계류 중이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혁신과 경제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많은 수요에 부응하는 데 도움이 될 다른 해법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텔과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함께 여러 접근법을 탐색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