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요소수 확보에 전방위로 나서면서 이른바 `요소수 대란`이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혼선은 여전한데요, 한 켠에선 제2의 요소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 플러스, `아직 끝나지 않은 요소수 대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먼저 이번 요소수 대란의 배경부터 간략하게 짚고 갈까요?
<기자>
표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중국 내부 사정으로 요소 수입길이 갑자기 막혔기 때문입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 우리로 말하자면 관세청 같은 곳인데요.
이 해관총서에서 지난달 11일 비료 품목 29종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내립니다.
요소와 칼륨, 인산비료 등을 수출할 때 그 동안 하지 않았던 검역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건데요.
요소 수입을 거의 100%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로선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인거죠.
<앵커>
갑작스레 이러한 수출제한 조치를 내린 이유가 뭡니까?
<기자>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지금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소가 바로 이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됩니다.
당장 연료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요소 부족으로 비료난까지 불거지자 자국 시장부터 우선 공급하라며 수출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중국 내 각 지방정부가 에너지 소비 통제에 들어가면서 현지 요소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중국 요소 생산가동률은 67% 정도로, 1년 전 이맘 때보다 5.6% 포인트 감소했고요.
하루 평균 생산량도 14만9천 톤 수준으로, 4.1%가 줄었습니다.
<앵커>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텐데 한 달 새 우리 정부는 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겁니까?
<기자>
요소 수출제한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판단 미스로 조기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쳤기 때문인데요.
2년 전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터지면서 당시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338개 품목을 지정해 수급 관리에 나섰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요소와 같은 원자재 성격의 물품은 빠졌습니다.
경유차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촉매제 역할에 불과한 데다 재료만 확보되면 하루 안에 만들 수 있거든요.
또 중국산이 워낙 싸다보니 국내에서 생산하려 해도 수지 타산에 맞지 않습니다.
즉 수급 동향에 신경 쓸 만큼 중요한 전략물자로 여겨지지 않다보니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 하나, 지난달 말 G20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한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정부가 유럽 순방 준비에 여념이 없다보니 늑장 대응으로 결국 이러한 요소수 사태를 초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점은 인도 또한 우리처럼 중국산 요소에 의존하고 있고 G20 회의에도 참석했지만 요소 수출제한이 있기 한 달 전, 이미 중국 요소 한 달 수출량의 4분의 3을 사갈 정도로 요소 수입량을 크게 늘렸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인도는 요소 품귀 현상을 예견하고 선제 대응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앵커>
참, 아쉬운 대목이군요.
어쨌든 정부가 전방위로 요소수 확보에 나서면서 당장 급한 불은 끄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기자>
호주에서 2만7천 리터, 베트남에서 60만 리터 분량의 요소수를 확보한 상태고요.
우리 기업들이 계약한 1만8,700톤 규모의 중국산 요소 또한 곧 들여올 예정입니다.
환경부가 추산한 국내 요소수 하루 사용량이 60만 리터 정도인 걸 감안하면 2~3달치 물량입니다.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요소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사태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인데요.
하지만 요소수 부족으로 여전히 곳곳에서 아우성입니다.
방서후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방서후 기자 리포트 : 기름 수요 느는데… 요소수 불안에 발묶인 유조차>
유조차 기사 H씨는 유류세가 내리자 걱정부터 듭니다.
기름 수요가 늘면서 주유소로부터 주문도 늘었지만 늘어난 운행 거리만큼 차량을 굴리기엔 요소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H씨 / 유조차 기사 : 저희는 이거(요소수) 한 달에 20개 정도 넣습니다. 당장 한 두 개라도 구하기 위해, 제가 주로 운행하는 곳이 경기도 시흥 쪽인데 천안까지도 가보고, 하다 못해 지방에 계신 저희 부모님한테도 여쭤봤습니다.]
통상 25톤 유조차가 한 달에 요소수 200리터를 쓰니까 10리터 짜리 한 통으론 하루를 겨우 버티는 셈입니다.
어렵게 요소수를 구해도 문젭니다.
한 번 오른 가격은 쉽게 원상복귀되지 않고
[B씨 / 유조차 기사 : (구하기) 힘들죠. 구해도 가격이 비싸서 감당이 안 됩니다. (비싼 곳은) 한 통에 4만원, 한 달에 20개씩 80만원 넘게 들어가는데, 그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겠죠.]
조금이라도 싼 요소수가 있다고 소문난 주유소는 차량들이 줄 서기 무섭게 품절을 알립니다.
일선 주유소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집니다.
정부의 조치로 요소수를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됐지만 정작 그들도 가진 게 없습니다.
군 비축 물량을 공급받은 항만 인근 주유소를 제외하면 이전처럼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에서 요소수를 사 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주유소 관계자 : 벌크형 요소수는 조금 공급이 되나봐요. 그것 말고는 똑같아요. 발표 나오고 해도 아직까지는 발표 전과 똑같은 상황이라서... (요소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국내 규격이 있는데 그 인증 절차를 밟아야 돼요. 인증 받는 곳이 몇 군데 안 돼요. 절차를 거쳐야지만 판매·유통될 수 있는 거니까요.]
요소수를 구하지 못했거나 높은 비용 부담으로 장거리 운행을 피하는 유조차가 늘어날 경우 각종 연료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입니다.
휘발유 경유 할 것 없이 주유소에 기름이 바닥나면 물류대란은 물론 국민들의 발도 묶일 수 있습니다.
[H씨 / 유조차 기사 : 저희한텐 지금 당장도 힘들지만 앞으로가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실정입니다.]
[B씨 / 유조차 기사 :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올해 말이 지나면 (유조차들이) 운행을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계속 이런 사태가 반복될 수 있어요.]
유례없는 기름 대란을 막기 위해, 유조차 기사들은 오늘도 요소수를 찾아 헤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기자>
덧붙여서 현재 항만 주유소에 풀린 물량은 컨테이너 화물차에 우선 공급되고 있는데요.
주유소마다 요소수 값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유조차 또한 요소수 우선 공급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앵커>
`대체 요소수가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구하기가 어려워지니 곳곳에서 아우성이군요.
그런가 하면 요소수 사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거다, 제2의 요소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탈석탄 정책과 에너지 규제가 계속된다면 이러한 품귀 현상은 언제든 일어날 거란 얘긴데요.
이 소식은 정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정희형 기자 리포트 : 요소수 사태 끝이 아니다…中 규제 `촉각`>
요소수 사태가 일정부분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태 이후 또 품귀 현상을 맞을 품목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모듈과 마그네슘이 꼽힙니다.
태양광 모듈과 부자재 등을 생산할 때 많은 전력이 필요한 만큼 중국의 전력공급차질에 생산이 감소하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국산 태양광 모듈가격은 지난 3분기 4,53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상승했습니다.
태양광패널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10월말 기준 38달러로 연초 대비 4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마그네슘 역시 중국이 전세계 공급의 85%를 차지하는 가운데 생산량은 정상 수준의 절반에 그칩니다.
중국내 전력 공급이 완화된다 해도 정책적인 이유로 상승한 생산 원가가 가격으로 전가되며 공급차질 요인이 도드라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최진영 /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마그네슘에 있어서는 왜 공급차질 우려가 남아있냐고 하면 바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이 같은 업종에서는 중국 정부가 전력가격상한제를 해제하면서 전력비용이 올라가 가격에 전가가 됐다고 볼 수 있겠고요. 공급차질 요인이 발생하고 이게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정책에 민감한 철강과 알루미늄, 특수금속 등 원자재 역시 품귀가 예상됩니다.
중국의 탈탄소와 에너지소비통제 전략은 단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만큼 에너지 고소비 품목의 품귀현상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경환 /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내년에도 전력 성수기가 도래하거나 에너지소비 2중 통제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방정부를 계속 압박할 경우에는 가장 전기를 많이 쓰게 되는 알루미늄이나 철강, 비철, 화학, 심지어는 석탄까지도 계속해서 공급을 제한하는 이슈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고요. 가격이 오르게 되고 심지어는 물량 자체도 확보하기 어려운 품목들이 에너지나 소재 쪽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싼값에 원자재를 공급하며 세계의 공장역할을 수행하던 중국.
하지만 중국발 가격상승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품귀현상을 언제든 재현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한국경제TV 정희형입니다.
<앵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요소수 대란,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더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세종 정부청사 주재 기자 연결해서 요소수 확보 상황과 추가 대책들 알아보겠습니다.
한창율 기자, 오늘(12일)까지 정부가 확보한 요소수 물량 얼마나 됩니까?
<한창율 기자 연결>
요소수는 요소와 정제수를 섞어서 만드는데 1톤의 요소를 가지면 3톤의 요소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중국에 묶여 있던 6,500톤과 베트남, 사우디아리비아, 일본 등을 통해 확보한 물량을 합치면 1만9천 톤 정도 되는데, 차량용 요소수 5만8천 톤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지난해 자동차용으로 국내에 수입한 요소가 8만 톤인걸 감안하면 2만여 톤 정도를 확보했으니 3개월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전에 범정부 TF 5차 결과가 나왔는데 민관 협업을 통해 추가 물량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또 중국에서 추가로 수출 검사를 완료한 3천 톤을 감안하면 전체 차량용 요소수 물량은 8,275만 리터로 5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당장의 요소수 사태는 일단 한 고비 넘긴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더 큰 요소 대란이 올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얘깁니까?
<기자>
차량용 요소수 사태를 한 고비를 넘겼지만 다음은 농업용 요소 비료 사태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지금은 농한기로 비료 수요가 거의 없는 시기라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요소수 사태 초기와 비슷한 사재기와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업용으로 46만5천 톤의 요소를 수입했는데 전체 수입물량 83만5천 톤 가운데 55%를 차지합니다.
지금 확보된 농업용 요소 물량이 9만5천 톤인데 확보율이 20% 정도라 지금처럼 요소 수입에 어려움이 나타날 경우 요소 비료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유기질비료 사용을 확대하는 등 비료 수급대책 TF도 운영하기로 한 걸 보면 요소 부족 사태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차량용 요소수 사태에서 이제는 요소 비료 사태로, 요소 한 품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납니다.
정부도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번 코로나 사태에 나타난 마스크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시행했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요소수 사태에 어제부터 적용했습니다.
이로써 정부가 요소수 생산 판매 업자 등에게 생산, 공급, 출고 명령을 할 수 있고 판매 방식도 정할 수 있게 됐는데 1976년 물가안정법이 제정된 이후 마스크 사태와 요소수 사태에 조치를 시행한 겁니다.
관세율도 인하하는 대통령령 개정안도 의결해 이번주 중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 물량과 대상을 지정하는 조정명령도 발령해서 지금 요소수를 승용차는 1대 당 최대 10리터까지만 살수 있고, 요소비료는 농가당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요소와 요소수에 대한 수입, 유통, 판매 등 모든 부분에 개입해 수급 상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만큼 공급 안정화에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기사에서도 나왔던 것처럼 지금 요소수 외에 다른 품목들도 품귀 우려가 불거지는 상황 아닙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을 한다는 계획이죠?
<기자>
네, 정부도 제2의 요소수 사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 대란 이슈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수입 품목 가운데 30% 이상이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에 달합니다.
이번 요소수 사태처럼 특정국에서 한 품목에 대한 수출을 막아버리면 공급망이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현재 산업부 중심으로 범용 수입 품목 공급망 점검에 나섰는데 한 부처가 전담하기는 어려워 총리실 차원의 콘트롤타워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 기자, 수고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요소수 대란, 당장 요소수 확보 만큼이나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해 보이는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일본 수출규제 당시 수입 품목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지 않았습니까?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사태에서 또 한 번 비싼 수업료를 치룬 셈인데요.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수입선 다변화가 절실할 것 같고요.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탈세계화, 보호무역 강화로 이 같은 공급망 붕괴가 잦아질 거란 점을 고려할 때 유럽과 일본처럼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요소수 대란`과 관련해 지금까지 산업부 임원식 기자와 얘기 나눴습니다. 임 기자, 잘 들었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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