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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갇힌, 메콩강의 시월 [K-VINA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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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음력 구월 보름
하얀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진
메콩강변에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90일간의 칩거수행을 마치고
마침내 스님들이 나오는 축제일(라오스어로 "옥판사")이다
깊은 암자에서 여름 내내 수양하는 한국의 하안거처럼
마침내 수도를 마치고 사람을 만나고 불법을 전한다
불자의 나라답게 새벽부터 보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가지런히 옷을 차렵입고 길가에 늘어섰다
집집마다 대문밖엔 밤새 촛불을 켜둔다
우기가 끝나고 막 건기가 시작되는 시기
구름위에 뜬 보름달이 산덩이만하다

축제를 즐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메콩강변에
올해는 강변 길목마다 줄을 치고 군경이 막아섰다
꽃무더기에 촛불을 피워 강으로 보내려는 사람들
모든 액운과 불운을 씻어내려 꽃을 들고 모였지만
바이러스가 무서워 발자국마저 숨죽이고 있다
강변 갈대밭은 보름달을 머리에 이고
가을동화를 속삭이는데
겁에 질린 사람들은 가랑잎처럼 떨고 있다
강 건너 태국에서 쏟아지는 폭죽세례
참다못한 오토바이 떼가 미친 듯이 허공을 가른다


수행방출일(옥판사) 다음날에 펼쳐지는 배 축제
전국 선수들이 벌이는 보트 경기도 취소되어
그 화려함과 흥겨움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는 모든 일상을 바꾸고 멈추게 하였다
말버릇처럼 던지던 건강하라는 인사말이
요즘만큼 뼈저리게 다가온 적도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코와 입을 막고 산지 1년하고도 10개월
삶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이곳도 10월 들어 하루 500건 넘게 발생하여
델타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길도 막고 가게도 닫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서민들이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라고 부르지만
가난은 어느 시대나 희생물이다
현지 동포들도 여행객이 끊기자
많은 사람들이 귀국길에 올랐다
장기간 길어지는 봉쇄로 남은자도 버티기가 힘들다
이름난 식당도 살아남기 위하여
라오스 메뉴를 개발하고
실내 장식을 바꾸는 등 궁여지책이다
온라인 배달사업에 참여하며 버터 보려 애쓰지만
날로 쪼그라드는 수입명세서에
금간 논바닥처럼 물을 마셔도 목이 탄다

한글 간판을 자랑처럼 달고 종횡무진하던
대형관광버스가 뒷골목에 갇혀 있는지도 오래
펑크가 났는지 벽에 힘없이 기대어있다
벗겨진 페인트가 땅바닥 여기저기
단체여행, 골프여행, 배낭여행, 오지여행 등
거리마다 나부끼던 전단지도 까마득한 옛일 같다
건물 외벽에 화려했던 여행사 간판은 온데간데 없다
여행지를 알리던 행선 지표 지판마저 떨어져
가다가도 다시 돌아서야 할 지경이다

싱가포르니, 말레이시아니, 인도네시아니
2년 동안 이웃국가 여행은 언감생심
지금은 비엔티안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다
어떨 때는 집에서 나갈 수도 없다
그야말로 홀로 갇혀 사는 세상이 되었다
바람 쐬러 가던 메콩강변 길도 막을 때가 있다
집 앞 골목길을 지나려면
목줄도 없이 검은 개들이 왜 그리 많은지
지나가려면 쭈뼛 쭈뼛 등골이 오싹하다
밤 10시 이후에는 전면 통행금지
집에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일하는
늦깎이 21세기형 학숙생도 아닌, 자취생 신세다
먹는 것이라고 번번하기나 하겠는가?
냄비 채 라면을 먹다보면 속마저 허하다

잘린 모가지에서 다시
꽃 몽우리가 맺히는 라오스의 시월
이런 와중에 유일한 낙이라곤
가족을 보러 한국에 가는 것이다
2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남겨진 이방인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갔다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 몰라
가족 상봉마저 미루고 미루어 왔는데
정부의 과감한 입국격리면제 정책에 힘입어
요즘 들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라오스에서 14일간 격리해야하는 부담은
얼마든지 감수하고서라도 가족을 보러가고 있다
지금 해외 근무자들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유일한 희망봉이
선진 한국에 가는 것이다
수구초심이라고 했던가?

최근 동남아시아도 위드 코로나가 진척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이미 시작되었다
11월 들어서는 보다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곳 라오스도 백신 접종률이 50%에 다다르고
더구나 12월에는 422Km의 중국과 철도개통이 예정되어
지금의 봉쇄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경 뿐만 아니라 지역간 이동까지 걸어 잠근 상태
Land-locked에서 Land-linked로 탈바꿈하려는
대륙을 향한 꿈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니까
또한 가난한 자도 입에 풀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
저 단단한 두려움을 무너뜨리는 것이 첫 관문일 것이다
메콩강변에 둘러친
갈대는 단지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칼럼 :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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