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저하고 당내 경선에서 함께 경쟁했고, 또 경쟁을 마친 후에도 다시 함께 힘을 모아서 함께 정권 교체를 해냈고,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끌어왔었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아직 많이 남았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이 후보를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면담했다. 경선이 끝난 뒤 지난 14일 균형발전 성과 보고회에서 만나 축하 인사를 하기는 했었지만 단독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은 결국은 국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겪어 보니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같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대선 과정에서 좋은 정책을 많이 발굴해 주시고 그 정책을 갖고 다른 후보들 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한다면 그 과정 자체가 국가발전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해서 완성된 정책이 또 다음 정부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설계도가 되는 셈"이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우리 대통령님께서 지금까지 민주당의 핵심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하신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 성공하는데, 사실 저는 경기도지사로 문재인 정부의 일원 아닙니까. 저도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도 우리 문재인 정부 성공,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차담에는 청와대에서 이철희 정무수석만 배석했다. 청와대의 대선 개입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현안 관련 얘기도 꺼내지 않기로 사전에 조율됐다. 이 수석은 "사전 협의는 선거운동이나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제는 피합시다라고만 얘기했고 실제로 그런 서로의 약속은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NDC 상향 등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좀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그런 역사적 위치에 우리가 처해 있는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는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고 했고 이 후보는 농담 삼아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 둔 얘기이고, 꼭 드리고 싶었다면서 지난 대선 얘기를 꺼냈다. 이 후보는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편하게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우리 민주정치사에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 전례 없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 놀랍다"고 덕담을 건넸고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행"이라고 답했다. 또 이 후보가 얼굴이 좀 좋아졌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피곤이 누적돼 도저히 회복되지 않는다고 하며 지금 이 하나가 빠져 있다고 털어놨다.
첫 만남부터 헤어지기까지 50분 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