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인니, 땅가무스 수력사업 파견근무를 추억하며
중부발전이 수주했던 인도네시아 땅가무스 수력발전사업(IPP)의 재무적 준공 달성이 최근 보도되었다(2021.10.12. 워크투데이 등).
동 사업의 참가자 중 일원으로서 감회가 깊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진출 기업에 참고가 될 것 같아 당시 상황을 술회한다.
필자는 2011년 11월 땅가무스 수력사업 현지법인인 PT.TEP의 토목부장으로 선발된 후, 2012년 2월 1일 인천공항에서 앞으로 주어진 3년이라는 파견기간 동안 맡은 임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까 하는 고민과 함께 첫 해외파견 근무라는 설레임으로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파견 이전 수력사업 개발을 위해 방문했을 때는 적도성 열대기후의 뜨거운 열기와 높은 습도로 인해 약간의 피로감을 늘상 느꼈는데, 앞으로 3년을 지낼 곳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든 것이 친근하게 다가오면서 인도네시아 파견근무가 시작되었다.
본 수력사업은 우리 회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찌레본 화력과 왐뿌 수력사업에 이은 세 번째 개발사업이며 초기 사업부지 선정 등 개발단계부터 재원조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참여사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 회사 주도로 추진하여 2018년 7월에 성공적으로 상업운전에 착수, 30년간 인도네시아 전력공사(PLN)에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해외 수력개발사업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였다.
토목직군으로서 초기 개발단계 후보지 선정부터 참여하여 본 사업 발굴 및 법인설립 그리고 자본금 출자 관련 이사회 부의까지 본사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파견기간 동안 현지법인 토목부장으로서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토지보상, 인허가 취득, 대주단 기술/환경심사, 재원조달에 참여하여 부대공사 완료 및 본공사 착수까지 담당할 수 있어서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경험이었다.
파견이전 사업추진 경위본 사업의 추진경위를 간략히 살펴보면, 본 사업의 현지 참여사인 BS Energy 및 Nusantara로부터 참여제안을 받고, 포스코엔지니어링(2017년 포스코건설로 합병)과 함께 2011년 2월 12일에 람뿡주를 방문해서 4일간 7개의 수력발전 후보지를 조사하였다.
당초 현지조사이전 사전검토시 후보지 중 브사이 수력후보지가 가장 양호한 사업으로 고려되어 희망을 품고 현지조사에 왔었으나, 예상과 달리 수력발전에 필요한 낙차고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큰 실망감을 느끼고 나머지 후보지를 조사하였다.
나머지 후보지들도 10㎿ 이하 소수력 개발만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어 낙심하던 차에 마지막 후보지인 스망까(Semangka) 강을 조사하였는데, 다행히도 하천유량이 풍부하고 충분한 낙차고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어 개발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낙차 및 진입여건 확인이 어려워 낙차고 확보가 가능한 후보지점 위치 재확인 등 추가 검토가 요구됨으로 한국으로 복귀하여 지형도 분석을 통해 댐 및 발전소 위치 등 노선을 검토 후 4월에 2차 현지조사를 수행하였다.
수행결과, 약 50㎿급 수력사업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어 스망까(Semangka) 수력사업을 선정하게 되고, 동 년 5월 발리에서 개최된 제1차 한국-인도네시아 경제협력 실무회의에서 양국 산업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스코엔지니어링, BS Energy 및 Nusantara와 공동개발 협약(MOA)을 체결하였다.
이어 동 년 9월 이사회에서 법인설립 및 자본금출자 의결, 12월 법인설립 및 최초자본금을 출자하였으며, 2012년 1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Crash Program(긴급 추진사업)인 Fast Track-2에 반영되어 본 사업이 PPA 수의계약 대상이 되면서 정상적인 사업궤도에 올라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참고로 본 사업의 당초 명칭은 스망까 수력사업이었으나, 2017년에‘PT.Tanggamus Electric Power’ 법인명과 통일을 위해 땅가무스로 변경하였다.
파견이후 사업추진 위기에 봉착하다 (2012년)성공적인 사업수행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기본설계 수행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제공했던 수문자료 오류사항(하천 수위관측소 유역면적 상이, 제공 유량 재확인 필요 등)과 변경된 환경법규가 확인되었다.
이로 인해 당초 이사회에 통과했던 설비용량 56㎿로는 사업추진이 어려워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초기사업 개발 담당자로서 이 문제해결이 최대 관건이 되었다.
참여사이자 EPC를 담당하는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현 사항에 대한 심각성을 공유하고, 낙차고 추가 확보를 통해 당초 설비용량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 사업부지를 포함한 추가 세부 지형측량을 조속히 수행하기로 하였다.
포스코엔지니어링 및 설계용역사인 이산 담당자들과 현지측량업체를 신속히 선정,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약 100명이 넘는 측량조사 인원들을 투입해 숙식하면서 5개월 동안 현장을 누비며 측량조사를 긴급히 수행한 결과, 최적의 Layout을 도출하여 당초 설비용량대로 사업추진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이 파견기간 동안 너무 숨 막히고 힘든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많은 고생을 해주신 포스코엔지니어링과 설계용역사 이산 담당자들 그리고 현지 인력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PPA tariff 취득(2013년), PPA 체결(2014년), 재원조달 완료/본공사 착공(2015년)2013년에 접어들어서는 인도네시아 전력공사 PLN과의 약 6개월에 걸친 전력판매단가 기술심사, 현지조사 그리고 마라톤협상 끝에 이사회에 보고했던 7.5 cent$/kWh보다 높은 8.3144 cent$/kWh로 Tariff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때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피크부하용이나 소수력이 아닌 일반수력으로서는 가장 높은 가격이었다.
이렇게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과거 왐뿌 수력경험을 살려 협상 가격을 다소 높게 책정하고 이에 대한 세부 근거자료를 철저하게 준비하여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협상을 진행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PLN에서는 8 cent$/kWh 이상의 Tariff는 불가능하다고 하였는데, Tariff 산정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Component A(건설공사비 포함 사업투자비)에서 특히 비중이 큰 토목분야의 우리 측에서 제출한 가격산정서를 협상 주체인 PLN 자회사인 PLN Engineering과 거의 인정해 주어서 예상대비 높은 Tariff를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는 PLN Engineering과 기술심사 및 현지조사시 전방위적으로 끈질기고 효과적인 협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동 년 11월에는 PPA 협상완료로 Initial Signing과 EPC 계약(포스코 엔지니어링)을 체결하였고, 2014년 4월에는 발전소 건설을 위한 진입로 등의 대비공사 착수, 6월에는 PPA 계약, 그리고 10월에는 재원조달 계약체결 서명식을 가졌다.
2015년 2월 13일에는 인출 선행조건을 충족시켜 17일에 해외사업의 진정한 시작인 최초 자금인출과 본 공사 착공을 하였다.
무엇보다 본 사업의 재원조달 방식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대주단이 사업의 유망성과 미래 수익성을 근거로 하여 자금대출을 하기 때문에 사업의 수익성, EPC 건전성, 부지확보, 기술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지고 더 이상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출조건에 대한 양자 간 서명을 하므로 재원조달 종결은 해외사업 개발과정에서 그만큼 의미있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후 본인은 약 3년 2개월의 파견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동년 3월 31일에 본사로 복귀하게 되었다.
파견기간동안 느낀 점성공적인 파견근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도네시아내 우리 회사의 성공적인 사업추진 사례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회사 최초의 해외수력사업인 왐뿌의 파견자 분들이 사업추진과정에서 겪었던 난관들과 해결사례를 사전에 알려주고 본 사업추진 시 발생되었던 문제점들을 상호공유하면서 해결책에 대한 조언을 받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울러, 업무나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발생하면 격려와 지원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셔서 무탈하게 현지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해외생활을 하다보면 사업에 파견 나온 파견자간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 사업의 경우, 함께 파견나온 분들이 초기 사업단계부터 참여했고, 각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들이어서 어려운 고비마다 단결하여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현지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한국적인 마인드(빨리빨리, 회사에 대한 희생 및 책임 등)로 현지인에게 접근하지 말고 현지인들의 단점보다는 장점(느긋함, 긍정적인 생활태도 등)을 잘 활용하여 지혜롭게 협력하여 사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토지보상, 인허가 취득 시 같이 참여했던 현지인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성공적인 사업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이므로 초기 개발 시 현지조사부터 같이 참여했던 현지 직원들을 항상 존중하고 가족행사에도 이따끔씩 참여했던 점이, 토지보상 및 지방정부와 민원업무 처리 시 각자 맡은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현지직원들과 파견송별회 자리에서 같이 뜨거운 눈물을 나눈 것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고생을 함께 나누었던 그들에게 정말 고맙고, 같이했던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너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파견기간 추억을 마무리하면서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약 2억 7,600만명으로 세계 4위, 동남아 최대의 석유 및 가스 생산국이며 석탄, 니켈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젊은 인구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의 대표적인 이머징 마켓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세계 9위 경제대국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신남방정책의 주요 타겟국가로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 더 많은 사업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라에서 3년 2개월 동안 땅가무스 수력법인 파견근무를 하면서 수력사업 개발경험 뿐 아니라 현지 직원과의 인간관계 및 현지문화에 대한 습득을 통해 삶의 지혜와 견문이 한층 넓어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에 앞으로 우리나라의 더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여 인도네시아와‘Win-Win’ 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파견기간 추억을 마무리해본다.
감사합니다(Terima Kasih)!! *Terima : 받다, Kasih : 주다
* 기고자: 한국중부발전(주) 해외사업처 나중근(前 인도네시아 PT.TEP(Tanggamus Electric Power) Civil Manager)
※ 위의 내용은 기고자의 의견이므로 우리 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및 참고>
ㅣ해외건설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