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긴축과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에 휘청거리는 가운데 코스피 전망치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연말까지 코스피 전망치 하단을 2,850선까지 내리고, 증시가 3∼6개월간 박스권 조정(박스피)을 이어갈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또 장중 1,200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급등 국면에서 탈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주식 투자 개재 전략에 대해선 다소 엇갈렸지만, 대체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거나 선별 투자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컸다.
◇ 코스피 전망치 줄줄이 낮춰…"2,850∼3,350 박스피"
17일 연합뉴스가 국내 5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이들 증권사는 최근 코스피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전망에서 4분기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로 3,000∼3,300을 제시했다가 2,900∼3,200으로 낮췄다.
KB증권도 4분기 코스피 전망치를 지난달 3,050∼3,370에서 2,850∼3,350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 5월 3,000∼3,550으로 예상한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이번 조사에서 2,900∼3,200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최근 조정을 부른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와 중국 헝다그룹 사태, 전 세계 생산 차질 등 악재가 당분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증시는 연말까지 박스권 내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경기와 실적이 이미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어 1∼2개 분기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센터장은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 공급 문제가 개선돼야 증시 흐름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태동 본부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사라지면 내년 상반기 강세 흐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시가 내년 하반기쯤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코스피가 연말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는 연말과 내년까지 완만한 상승을 예상한다"며 "공급 병목, 중국 부동산 문제 등 악재가 완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 "환율, 점차 안정…달러화 강세는 이어져"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단기 급등(오버슈팅) 국면에서 점차 안정을 되찾겠지만, 달러화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년 2개월 만인 지난 12일 장중 1,200.4원까지 치솟았다가 15일 1,182.4원에 마감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환율이 1,200원을 일시 상회한 건 단기 급등 국면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은 진정세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면서도 "중국(신흥국) 대비 미국(선진국) 상대 우위의 중장기 경기·정책 모멘텀이 달라지지 않는 한 달러가 약세로 선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경제, 정책, 자금 이동 측면에서 미국이 유럽이나 중국보다 우위인 상황이 이어져 달러화는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완화하면 달러화 강세도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 상승 여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오현석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모멘텀 바닥 통과와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시도는 전 세계 금리의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경기 모멘텀을 고려하면 실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다"며 "연말∼연초 과격한 금리 인상 우려 완화와 경기 모멘텀 둔화로 금리는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금 바닥, 저점 매수할 때" vs "신중하게 접근해야"
증권사들은 이런 금융시장 여건에서 주식 저점 매수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략을 내놨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3,000선 초입 구간은 기초여건(펀더멘털)의 바닥에 준하는 구간"이라며 "낙폭이 큰 실적주 중심으로 재진입 기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 장세에서 저점매수를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3개월을 보면 지금 매수한 주식이 바로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6∼9개월까지 놓고 보면 분할 매수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신중한 접근과 `선별 투자`를 주문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적극적인 저점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유망종목과 테마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망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2차전지나, 규제 위험에 미리 조정을 받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우량 인터넷 기업을 제시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이후 기업 실적 개선세와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하는 만큼 경기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정부 정책 수혜가 가능한 기업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산업이나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금융주를 거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