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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돌려드려요"…GA 법인영업 '요지경'

법인보험 3년 유지 조건으로 수수료 지급
기업대표 자녀 설계사 등록 후 수수료 지급하는 '편법'
금감원 "설계사 등록·현금수수 등 적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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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험대리점에서 제공하는 `CEO플랜` 또는 `경영자 컨설팅`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보험대리점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며 보험상품을 권유하는 영업방식인데, 실체는 보험 모집수수료를 리베이트처럼 나눠주는 형태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방법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장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기업의 대표가 법인명의로 경영인보험에 가입하면, 그 댓가로 모집수수료 일부를 보험대리점이 돌려줍니다.

대표 개인이 수수료를 직접 챙기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표의 자녀가 설계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갑니다.

중도에 보험을 해지하면 손실이 나지만 법인 입장에서는 비용처리가 가능해 절세효과를 볼 수 있고, 설계사 자격을 취득한 대표의 자녀가 모집수수료를 받아 사실상 개인 입장에서는 이득인 셈입니다.

최근 일부 법인보험대리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법인보험 영업방식입니다.

법인보험의 경우 월보험료가 약 1,000만 원에 달하는 고액보험이라 일반 개인보험보다 영업이 쉽지 않아, 업계에서는 `CEO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영업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애초 계약 당시부터, 법인대리점 설계사들이 3년이라는 기간만 유지해달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부당하게 나누는 방법을 안내한다는 점입니다.

[A법인대리점 설계사 : 3년째 해지를 했을 때 손해를 봅니다 법인은. 그러면 2억은 회사로 다시 들어옵니다 해지를 하시면. 그런데 1억6,000만 원에 대한 것은 손해를 보신 거잖아요? 그것은 손해를 보셨기 때문에 비용 처리가 가능합니다 법인은. 그런데 만약에 이제 외부로 이렇게 나간다고 하면 그게 급여, 상여나 배당으로밖에 대표님은 가져가실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1억6,000만 원을 수당으로 드립니다 그 사라진 비용을. 대표님 가족 중에 한분이 그냥 단순하게 설계사가 되는건데…]

금융당국도 이런 방식의 영업이 이뤄지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지만, 설계사 등록을 거치는 데다 현금으로 수수료 지급이 이뤄질 경우 적발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 처음부터 이렇게 할 목적으로 이 돈을 다시 법인대표에게 돌려주거나 이런 구조가 처음부터 기획이 돼 있었다고 입증이 된다면 특별이익제공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수수료를) 돌려받는 게 만약 계좌로 주고 받으면 밝혀낼 수 있겠지만, 현금으로 써버리거나 카드로 해버리면 밝혀내기가 어려운거죠. ]

만약을 대비한 보험의 본질은 사라지고, 단지 실적 올리기와 수수료 나눠먹기로 전락한 법인보험대리점의 영업방식.

법인명의로 가입되는 보험인 만큼, 경영인들의 탈세수단으로 악용될 우려 역시 높아집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

<앵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치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그간 보험대리점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 여러 차례 보도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법인보험이 그 대상이네요?

<기자>
네. 일반 개인보험과 달리 법인보험은 보험료 규모가 상당합니다. 월보험료가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 대리점 입장에서는 영업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이렇게 수수료를 돌려주는 영업방식까지 동원되고 있는건데, 법인의 탈세나 배임으로까지 번질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리포트 내용을 보면, 기업 대표의 자녀를 설계사로 등록해서 수수료를 돌려주는 것 같은데, 영업방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보험대리점에서 법인의 대표에게 영업을 할 때, 자녀를 설계사로 우선 등록을 시키도록 합니다. 그러면 증여를 통하지 않아도 보험가입만으로 자녀의 소득을 합법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하죠. 물론 실제 자녀가 설계사 영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들은 법인보험 수수료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자녀를 설계사 시험을 보게 해 등록시키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월보험료 1,000만 원짜리 법인보험에 가입시킨 후 보험대리점은 실적을 올립니다. 보통 법인보험은 저축성이 아니라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보장성보험인데요. 이것을 3년만 유지하도록 약속을 받아냅니다. 왜냐하면 일정 기간 보험을 유지해야 설계사가 수수료를 다시 뱉지 않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3년만에 보험을 해지하면 당연히 원금을 못받겠죠? 환급률이 약 50%라고 가정하면 법인 대표는 3년동안 3억6,000만 원의 보험료를 냈지만 1억8,000만 원밖에 돌려받지 못합니다.

손해보는 1억8,000만 원은 법인 입장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를 해서 세금 혜택을 받고, 실제로는 설계사 자격을 취득한 대표의 자녀에게 그 손실분을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 법인 입장에서는 손실이지만 대표 가족 입장에서는 이득인 셈이죠.

<앵커>
충분히 탈세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영업방식이네요. 이런 영업을 하는 곳들이 많은가요?

<기자>
제가 취재하면서 제보를 받은 곳만 4곳입니다. 대부분 규모가 있는 법인대리점들이고요. 이들은 `CEO플랜` 또는 `법인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중 한 대형법인대리점에 실제 근무를 했던 한 설계사는 해당 영업방식을 공개한 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제보자로 등록이 된 상태입니다.

<앵커>
애초에 3년만 유지하도록 하고 수수료를 가족에게 돌려주는 방식. 언뜻 봐도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금융당국의 감독이 필요한 사안 아닙니까?

<기자>
당국에서도 최근 법인보험대리점의 불완전판매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유심히 보고 있기는 합니다. 실제 이 법인영업건에 대해서도 인지를 하고 있었고요. 당국 입장에서는 설계사 등록을 거친 사람이 수수료를 받는 만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수법이죠. 사실 저도 오랜 기간 취재를 해봤지만 보험대리점의 영업방식은 정말 다양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자녀를 활용하거나 수수료 제공이 기록에 남지 않도록 현금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고요. 적발이 쉽지 않은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법인입니다. 탈세에서 나아가 배임, 횡령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법인 돈으로 보험료를 내고 이에 대한 수수료나 손실분은 대표 가족에게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사실 이번 건 외에도 종신보험을 저축성으로 속여서 하는 등 그간 대리점의 불완전판매는 계속 문제가 돼 왔습니다. 지난 3년간(2018~2021.6) 금융감독원의 보험대리점 검사 결과를 보면, 총 196개사 중 불완전·불공정 영업행위로 보험설계사를 징계한 GA사가 총 113개로 57.7%에 달합니다. 그런데 계약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리점보다는 원수사, 즉 상품을 만든 보험사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보험대리점은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 부분은 보험업계 질서를 위해서라도 분명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보여집니다. 현재 이 사안은 국회에서도 심각하게 보고 있는데요. 보험대리점 불완전판매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더불어민주동 김한정 의원 : 법인보험대리점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책임도 늘어나야 합니다. 반칙을 하는 법인보험대리점들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사시스템도 강화돼야 합니다. 지금 보험대리점에 대한 관리, 감독이 느슨합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제재 징계도 강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험대리점의 자구노력입니다. 내부 통제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보험대리점에 대한 제재 강화와 함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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