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심각한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은 헝다(에버그란데) 사태보다도 오히려 중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더욱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7일 경제관찰보, 신경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 등 중국의 10여개 성에서 산업용 전기 제한 공급이 이뤄지면서 많은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거나 조업 시간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상하이지사가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정전을 한다고 이날 새로 공지하면서 중국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에서도 전력 제한 공급이 이뤄지게 됐다.
전력 공급 제한 여파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형 제철소, 알루미늄 정련 공장에서 시작해 이제는 섬유, 식품 등 거의 전 업종으로 확대된 상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전력 공급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 외교 당국에 따르면 장쑤성의 포스코 스테인리스 공장의 가동이 전력 공급 문제로 중단된 상태로 10월 초 다시 정상 가동될 예정이다.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인 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 일대에서는 최근 일부 산업용 전기 공급이 제한되는 수준을 넘어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로 가정용 전기가 끊어지고 심지어 도로의 가로등과 교통 신호등까지 꺼져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전력난의 주된 원인으로는 심각한 석탄 공급난과 중국 당국의 강력한 탄소 배출 억제 정책이 거론된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 속에서 화력발전용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력발전소들이 석탄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자국과 외교 갈등을 겪는 호주에 `경제 보복`을 가한다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상태여서 중국 내 석탄 부족 현상은 세계 다른 나라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 능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지만 각 지방정부가 중앙으로부터 할당받은 연중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지키기 위해 산업 시설 가동을 줄이기 위해 전기 공급을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전력 부족 현상은 먼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세계 공급망에도 부담을 주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경제는 정부의 고강도 부양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뚜렷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고강도 민영 기업 규제, 코로나19 재확산, 원자잿값 급등, 반도체 품귀 등 산업사슬 병목 현상 등의 여파 속에서 최근 중국 경기는 급속히 둔화 중이었다.
이에 중국의 전력 공급 제한 여파가 어쩌면 `리먼 브러더스 사태`급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전 세계 투자자들을 바짝 긴장시킨 헝다 사태보다 세계 경제에 끼칠 실질적 여파가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전력 경색이 헝다 사태를 넘어서는 다음의 경제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루팅은 "전력난은 세계 시장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세계 시장은 직물, 장난감, 기계 부품 등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