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금융권에서 대출을 제 때 갚지 못하는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로 경기가 어렵고, 금리까지 높아지고 있는데 뜻밖의 수치가 나온 겁니다.
정호진 기자가 그 배경을 알아봤습니다.
<기자>
올 들어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연체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에 비해 1% 포인트 줄었고, 카드사와 보험사의 연체율도 같은 기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연체율이 개선되면서 2금융권의 자산 건전성도 나아지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연체율이 줄어든 건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현재 원리금 상환이 계속 유예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체율 자체가 감소하는 것이 실질적인 신용상태의 개선을 의미하진 않고요.]
지난 7월 말까지 전 금융권에서 만기가 연장됐거나 이자상환이 유예된 대출 잔액만 약 121조 원.
이 가운데 대출 상환 유예 금액은 은행이 많았지만, 대출 건수는 오히려 2금융권에서 많았습니다.
적은 금액이더라도 대출 상환 기한이 유예될 경우 잠재적인 부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2금융권 관계자: 잠재적인 위험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큰 문제이기 때문에…지금 당장에는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가게 되면 연착륙을 하는 데에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또 (대출을) 못 갚을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고…]
아울러 대표적인 잠재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다중채무자는 사상 처음으로 반년새 10만 명 가까이 늘었는데, 이 중 대부분이 2금융권의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대출 만기 연장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며 결국 시한폭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안 갚아도 되지 않느냐`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서 연체 규모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원금(대출 만기 기한)을 단순하게 연장해주는 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부분부분 상환할 수 있는 조치가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지 않나…]
연체율 개선은 지표 상일뿐, 실제 2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이 국내 금융시장의 `잠재부실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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