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의한 공포 정치 우려 속에 탈레반 대원이 가수로 활동해온 남성을 무참히 살해했다고 AP통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불에서 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바글란주 안다라비 밸리에서 지난 27일 탈레반 대원들이 쏜 총탄에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가 목숨을 잃었다.
안다라비는 깃작(ghichak)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조국인 아프간과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 노래를 불러왔다.
그의 아들인 자와드 안다라비는 이전에도 탈레반이 집에 찾아와 수색하고 마시는 차 종류까지 확인했다면서 "아버지는 무고하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데, 그들은 농장에서 아버지의 머리에 총탄을 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의 심판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고, 지역 탈레반 위원회가 살인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AP통신에 이번 살인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전격으로 점령한 탈레반은 이후 포괄적 정부 구성, 여성 인권 존중 등 유화책을 내놓았다.
탈레반은 실제로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애를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다라비 살해는 탈레반의 억압적인 통치 재연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일깨우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카리마 베눈 유엔 문화 권리 조정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엄청난 우려를 표명하면서 "각국 정부가 탈레반에 예술인의 인권을 존중하라고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사무총장도 "2021년의 탈레반이 너그럽지 못하고 폭력적이며, 폭압적인 2001년의 탈레반과 똑같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