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금난에 흔들리는 대형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경영진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웨탄`(約談·예약면담) 형식으로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경영진을 불러 부동산 시장과 금융 안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고 19일 밤 공개했다.
당국은 또 경영 상황에 관련한 중대 정보를 법규에 따라 제때 공개하고, 사실과 다른 소식을 전파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국에서 웨탄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국가의 통제권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강하게 띤다.
이번 면담은 중국 부동산 개발 업계를 대표하는 민영 기업인 헝다가 자금난에 빠져 부동산 및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과거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이던 헝다는 최근 수년간 자동차 등 신사업에 수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민생 안정의 일환으로 강력한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을 펴면서 사업 환경이 급속히 나빠졌다.
국유 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헝다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1조9천500억 위안(약 350조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헝다에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중단하고 주요 자산을 처분하는 `빚 다이어트`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감독 당국은 헝다가 조속히 자산을 처분하도록 독촉하고 있다"며 "과거 이와 유사했던 완다(萬達)의 사례처럼 능동적, 안정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해 부채비율을 낮추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매체들은 최근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가 대규모 자금만 투입되고 가시적 성과가 없는 전기차 계열사 헝다자동차를 샤오미(小米)에 넘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금난 속에서 헝다 창업자인 쉬자인(徐家印) 회장은 최근 그룹 핵심사인 헝다부동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쉬 회장이 1997년 광둥성에서 설립한 헝다는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헬스케어, 여행, 스포츠, 전기차 사업을 아우르는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재벌인 쉬 회장은 2017년 포브스 중국 부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등 IT 거물들에게 밀려나기는 했어도 여전히 중국을 대표하는 거부 중 한 명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