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을 먹이는 등 8살 딸을 학대한 끝에 살해한 20대 부부의 범행 고의성이 법정에서 인정된 데는 9살 아들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여동생의 사망을 집에서 직접 목격한 한 살 위 오빠는 경찰 조사에서 엄마의 거짓말을 뒤집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부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22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8·여)씨와 그의 남편 B(27·남)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대소변 실수를 교정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주먹과 옷걸이로 온몸을 마구 때리고 대소변까지 먹게 했다"며 재판부에 요구한 형량과 같았다.
A씨 부부는 그동안 재판에서 딸을 학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전면 부인했다.
이들 중 A씨는 "딸이 사망하기 직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시켰고 물기도 닦아줬다"며 자신의 학대와 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의 9살 오빠는 이미 경찰 조사에서 엄마의 주장과는 다른 진술을 한 사실이 이날 법정에서 뒤늦게 공개됐다.
그는 4차례 조사에서 "(여동생이 사망한 당일) 원격수업이 끝난 후 집에 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데 동생이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엄마가 `얘 또 오줌쌌다`고 했고 10∼15차례 때리
는 소리도 났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 동생은 쭈그리고 앉아 떨었고 엄마가 물기를 닦아 주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엄마는 찬물로 동생을 샤워시켰다"고 덧붙였다.
9살 오빠는 "동생의 엉덩이와 발에서는 (흉터) 딱지가 떨어져 피가 나고 있었다"며 사망하기 전 동생의 몸 상태도 또렷하게 기억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의 아들 진술에 관해 "직접 겪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사건 당일뿐 아니라 피고인들의 과거 학대 등에 대해서도 범행 도구와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런 진술은 피고인들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상처 사진과도 일치한다"며 "(아들도) 피고인들로부터 일부 학대를 당하긴 했어도 부모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만 8살에 불과한 피해자를 학대·유기·방임했다"며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피해자의 사망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어 살인의 고의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A씨 부부는 올해 3월 2일 인천시 중구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C(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양은 얼굴·팔·다리 등 몸 곳곳에 멍 자국이 난 채 사망했고 당시 영양 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그는 110㎝의 키에 몸무게는 또래보다 10㎏ 넘게 적은 13㎏으로 심한 저체중 상태였고, 초등생인데도 사망 전까지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부검 감정서에는 `온몸에 살이 없어 뼈대만 드러났고 지방층도 손실돼 없으며 위와 창자에 내용물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 부부는 2018년 1월 C양이 이불 속에서 족발을 몰래 먹고는 뼈를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1시간 동안 양손을 들고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면서 처음 학대를 시작했다.
이후 거짓말을 한다거나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주먹이나 옷걸이로 온몸을 때렸고 `엎드려뻗쳐`도 시키는 등 올해 3월 초까지 35차례나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부터는 딸에게 반찬 없이 맨밥만 주거나 하루나 이틀 동안 식사나 물을 전혀 주지 않고 굶기기도 했다.
C양이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전혀 주지 않은 A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시간 동안 딸의 몸에 있는 물기를 제대로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고, B씨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C양을 보고도 9살 아들과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