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20.36

  • 13.98
  • 0.55%
코스닥

693.15

  • 3.68
  • 0.53%
1/3

"입찰 다시 했을뿐 재입찰은 아냐"…대우건설 매각이 이상하다

2.3조원 VS 1.8조원 → 2.1조원에 낙점
"이럴거면 애초에 왜 입찰을 받았나요?"
산은 내부서도 "왜 가격 유출됐나" 비판
대우건설 노조 "실사 저지, 총파업할 것"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싼 잡음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I)가 첫 본입찰 당시 내세웠던 가격 등 조건 변동은 없다는 원칙을 깨고, 입찰 가격을 수정해 준 문제 때문입니다. 이는 곧장 이른바 `재입찰` 문제로 불거졌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에 대한 특혜 시비까지 일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본입찰 종료 시점부터 이어진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사실을 취재 내용을 종합해 살펴보겠습니다.

● 2.3조 원 VS 1.8조 원 → 2.1조 원에 낙점?
대우건설 매각에서 재입찰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건 지난주 금요일인 7월 2일입니다. KDBI가 입찰 참여자인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에게 가격 재입찰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당초 중흥건설은 2조 3천억 원, DS네트웍스는 1조 8천억 원을 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상식적으로 입찰 값을 더 써낸 중흥건설의 승리였습니다. 재입찰할 이유가 불분명했지만, 이날 KDBI 측은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은 채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피했습니다.

한국경제TV의 취재를 종합하면, 첫 입찰 후 중흥건설 측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던 정찬선 중흥건설그룹 회장 등이 DS네트웍스와의 많은 가격차를 이유로 매각 철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중흥건설 측이 수정 제안을 요청하자 KDBI는 양측 모두에게 다시 가격을 낼 것을 제안합니다. 다시 써낸 가격은 중흥건설이 2조 1천억 원, DS네트웍스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끝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는 중흥건설로 선정됐습니다. KDBI 관계자는 선정 이유에 대해 "해외 우발채무에 대한 보상 조건을 두고 선정 여부가 갈렸다"라고 귀띔했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이지 않았던 과정 탓에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가격이 높다고 재입찰을 받고, 그 과정마저 불투명했던 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협상 내내 언론 접촉을 피했던 KDBI 측은 주말이 지난 5일, 드디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 "입찰 다시 받았을 뿐 `재입찰`은 아니다"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대현 KDBI 대표의 발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대표는 먼저 `재입찰`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초) 재입찰을 한 적이 없고, 그 원인이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라는 것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면서 "재입찰을 보도한 언론사가 어떤 경위로 재입찰을 이야기했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 제안자가 제안 조건(가격 및 비가격 조건 일부) 수정을 요청해왔고, 다른 제안자에게도 이를 알려 가격을 다시 받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가격을 다시 받았지만, 재입찰을 한 적은 없다는 어딘가 이상한 해명입니다.

입찰가를 변경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매각 과정에서 입찰 공고와 예비 입찰이 없었던 만큼 제안자가 양해각서 체결 전 조건을 수정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어떻게 합의하느냐의 문제일 뿐"라고 해명했습니다. 입찰 공고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매수 의향업체들이 비공개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길 바랐던 데다, 대우건설의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많아 곧장 제안서를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비가격적 요구도 매수자의 수정 요구에 포함됐다는 언급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가격 외에 비가격적 요건도 수정 요구에 포함돼, 손해배상 등 컨틴전시 플랜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이 있다"면서 "최종 가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가격이 바뀐 데 대한 법적 책임 문제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도 "매수자의 요청을 초기 단계에서 듣는 M&A 전략일 뿐 법적인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대우건설 매각을 서둘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수 의향업체들이 의사를 전달해옴에 따라 대우건설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이 있을까를 고민했고, 조금 당겨서 진행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우건설이 지금 매각하기에 적기였다는 겁니다. 따라서 "조급해서 입찰 기간을 줄인 것은 아니다"라고 이 대표는 말했습니다.

● `좋은 매각`보다는 `매각 완성`에 초점…원칙만 깨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KDBI는 이번 매각에서 `좋은 매각`보다는 `매각 완성`에 초점을 둔 듯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본입찰을 뭉갠 점, 중흥건설의 입찰 가격을 깎아준 점 등이 그렇습니다. 대우건설 매각을 서둘렀다는 건 이 대표 스스로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딜이 깨져선 안 된다", "딜을 완수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또 "경제 동향이라든가 유동성 금리, 건설산업의 미래 등을 검토한 만큼 매매 타이밍이 중요했다"고도 말했습니다. 2018년 호반건설로의 인수가 불발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산업은행 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 주관 입찰은 본입찰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본입찰은 전후조건과 정량·정성적인 평가가 들어간 정식 입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도 "본입찰을 변경한데다 가격까지 깎아준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경매에서 1등이 가격을 많이 써냈다고 그걸 깎아주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애초에 양측의 입찰가가 왜 언론에 돌아다니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각 완성에 초점을 두다 보니 원칙이 무너진 셈입니다.

그렇다고 값을 깎아 딜을 완성한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원칙이 무너졌다 보니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지난 6일 "산은과 KDBI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 및 배임행위 등에 따른 고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사 저지, 총파업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취재 중 만난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이럴 거면 애초에 왜 입찰을 받은 건지 모르겠다"면서 "원하는 가격을 맞춰주는 흥정을 주고받은 셈"이라며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 역사는 꼬박 11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2010년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3조 2천억 원에 대우건설을 사들이면서부터입니다. 7년이 지난 2018년 중견 건설사였던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깜짝 등장했습니다. 끝내 대우건설의 3천억 원 규모 해외 부실이 드러나면서 인수는 무산됐습니다. 인수가 무산된 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물가 변동을 제외하더라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금액과 이번 입찰가는 1조 원이 넘게 차이가 납니다.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라는 목표도, "본입찰 후 가격 등 조건 변동은 없다"던 원칙도 지키지 못한 게 아닐까요. 대우건설을 둘러싼 잡음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심상철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 김인철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 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한국경제TV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