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성정의 자금력과 경영 능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성정은 17일 이스타항공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고, 본입찰에 참여한 쌍방울그룹과 동일한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금액은 1천10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 부여에 본사가 있는 성정은 골프장 관리업, 부동산임대업, 부동산개발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9억원에 영업이익 5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성정의 관계사인 27홀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 토목공사업체인 대국건설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78억원과 146억원이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는 형남순 회장이며, 성정은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성정의 지분율은 형 대표가 48.32%, 형 회장의 딸 형선주씨가 47.63%, 형 회장이 4.05%다. 형 회장의 백제컨트리클럽 지분율은 87.10%이며, 대국건설산업은 백제컨트리클럽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관계사의 매출을 합해도 400억원이 안돼 부채만 2천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에 성정의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5천518억원 매출을 올린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에는 기업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우려다. 성정이 인수 금액을 조달했다고 하더라도 향후 부채 상환과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결국 이스타항공이 빚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공익채권인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800억원이며,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1천85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무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실제 상환해야 할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오너인 형 회장이 개인 자산을 이스타항공에 투자하면서 인수와 향후 경영 과정에서 자금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으로 자수성가한 형 회장이 항공업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며 "돈이 많은 기업이라도 이스타항공에 투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형 회장이 개인 재산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 회장은 출자 등을 통해 개인 자산을 이스타항공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형 회장이 외부 투자 유치 없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 회장은 2007년 이스타항공 설립 때도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이스타항공을 설립하면서 형 회장의 사업 참여는 무산됐다.
형 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스타항공 설립 때부터 항공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며 "이스타항공의 한 기장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언론에서 접하고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형 회장은 "부동산만 매각해도 8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골프장도 2천억원"이라며 "돈이 없다면 인수를 하지 않았다. 투자를 하겠다는 곳도 많지만,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단독으로 인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