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배민카드,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신다면 스타벅스카드. 최근 가장 `핫한` 신용카드들입니다. 이미 한 장씩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겠죠. 카드사와 기업체가 협업해 발급하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 업계에서는 이를 줄여
PLCC라고 부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배민카드와 스타벅스카드 외에도 무신사카드와 커피빈카드, 메리어트카드, 지인 인테리어카드 등 수많은 PLCC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그리고 소비자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PLCC. 대체 어떤 카드인지, 이 카드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샅샅이 파헤쳐 봤습니다.
◆ PLCC와 제휴카드, 대체 차이점이 뭐야?"아니, 제휴카드라고 부르면 되지…굳이 왜 이렇게 어렵게 PLCC라고 하죠? 입에도 안 붙는데…"
취재 중 제가 한 카드사 직원에게 던진 첫 질문입니다. 기존에도 카드사들은 유통사 등 기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수많은 제휴카드를 출시했죠. 통신사 제휴카드나 대형마트 제휴카드, 주유소 제휴카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PLCC와 일반 제휴카드는 구조가 엄연히 달랐습니다. PLCC와 제휴카드를 구분하는 가장 빠른 방법,
카드 이름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보통 PLCC라고 부르는 카드는 주로 카드사가 아닌 업체의 이름을 대표 명칭으로 부릅니다. 가장 많이 언급한 배민카드와 스타벅스카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두 카드는 현대카드가 배달의민족, 스타벅스와 협업해 출시한 PLCC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배민 현대카드`, `스타벅스 현대카드`입니다. 카드를 발급한 곳은 현대카드인데 주로 유통사 이름이 카드 이름 앞 쪽에 붙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현대는 빼고 배민카드, 스벅카드로 부르기도 합니다.
간혹 일반 제휴카드인데도 협업한 업체의 이름이 앞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경우 한 업체가 여러 카드사와 제휴를 했는 지 1:1로 독점 계약을 했는 지 여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 제휴카드를 예로 들어보면, 정수기 렌탈 혜택을 받기 위해 `쿠쿠 할인카드`를 검색했을 때 쿠쿠 롯데카드와 함께 쿠쿠 하나카드, 쿠쿠 국민카드, 쿠쿠 우리카드 등 다양한 카드사가 등장합니다. 여러 카드사와 제휴를 한 형태죠. 이 경우 PLCC라는 개념보다는 제휴카드라는 개념을 적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PLCC는 일반적으로 한 카드사와 한 업체가 독점으로 계약하는 형태입니다.
수익 구조에도 특성이 있습니다. 한 기업이 여러 카드사와 제휴해 혜택을 주는 일반 제휴카드와는 달리 PLCC는 한 기업과 한 카드사가 협업해 만드는 만큼 수익을 공유합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충성고객을 카드사 회원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수익을 공유하는 해당 기업에서 카드 마케팅까지 직접 나서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 PLCC 쏟아지는데…"뭐지 이 허전함은?"이처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PLCC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좀처럼 웃지 못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핫한` 카드로 급부상한 분위기와는 달리, 잘 팔리진 않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 출입인 저는 종종 "요즘 어떤 카드가 좋아?"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어떤 카드가 좋냐`는 질문에는 `어떤 카드가 많은 가맹점에서 할인도 많이 해주고 포인트 적립도 많이 해줘?`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한 가맹점에서만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PLCC를 추천하진 않죠. PLCC는 밥 먹을 때, 커피마실 때, 여행갈 때, 영화볼 때 모든 곳에서 엄청난 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많은 가맹점에서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일명 `혜자카드`가 아직까지도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카드인 겁니다.
카드사 입장에서 PLCC를 쏟아내는 배경에는 비용절감이 있다고 설명드렸죠. 한 기업에서 할인과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직접 매장에서 홍보까지 해주니,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돈 많이 드는 신상 카드 출시에 힘을 쏟으려 하진 않겠죠. 최근 `혜자카드`가 사라지고 PLCC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다양한 곳에서 많은 혜택을 주는 신상카드가 잘 나오지 않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혜자카드`는 이제 못 만나?그럼 앞으로는 `혜자카드` 만나기 힘든가요? 네, 힘듭니다. 여기엔 또 다른 원인이 있습니다. 카드사들의 주 수익원은 바로 가맹점 수수료입니다.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현금을 내지 않고 신용을 담보로 외상을 해주는 결제수단입니다. 그 댓가로 카드사들은 카드가맹점에 수수료를 받게 되죠. 이 수수료율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부터 10차례 이상 인하돼 왔습니다. 매년 정치권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으로 사용해왔던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그 결과 국내 전체 가맹점 약 270만개 중 80%는 0.8%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됐다는 것은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도 그 만큼 줄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카드사들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회사입니다. 돈을 벌어야겠죠. 카드사들이 선택한 수익보전 방안은 바로
`마케팅 비용 절감`입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입니다. 지금쯤이면 왜 우리 소비자들이 `혜자카드`를 만날 수 없게 됐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즐겨쓰는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 바우처 등 이 모든 것들은 카드사들이 비용을 들여 만드는 부가서비스입니다. 비용을 줄이게 되면 당연히 이런 서비스들이 사라지게 되겠죠. 현재 금융위원회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하기 위한 원가산정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보통 3년에 한 번씩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이 책정되는데 올해가 그 해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의 불황까지 겹쳐 있어 수수료율 추가 인하가 유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카드사들은 `당연히` 부가서비스 비용을 더 줄일 겁니다. 혜택이 넘쳐났던 추억의 그 신용카드들,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겨두셔야 합니다.
★ 슬기로운 TIP
메인 신용카드 외에 PLCC를 추가로 발급받으신 분들, "스타벅스 갈 때만 스타벅스카드 꺼내써야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 "오랜만에 호텔 왔는데 메리어트카드지~" 하며 1년에 한 번 꺼낸다면 그 것도 좌절의 지름길. PLCC 역시 일반 신용카드처럼
`전월 실적` 기준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월에 일정 금액 이상 해당 카드를 사용한 실적이 있어야 이달에 온전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카드의 경우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이여야` 해당 카드에 탑재된 혜택을 제공해줍니다. 스타벅스 갈 때만 꺼내썼는데 다음 달에 확인해보니 전월 실적이 29만9천원이라면…정작 받을 수 있는 혜택은 0. "내가 대체 이 카드를 왜 만들었지"라는 슬픈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겁니다. 평소 30만원, 또는 50만원어치를 해당 업체에서 쓰는 지 내 소비패턴을 꼭 확인한 후에 발급받거나, 메인카드와 사용처를 나눠 전월 실적 기준을 채우며 사용하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